TPP서 美 빠진 자유무역지대 한국, 9개국과 이미 FTA 타결… 정부 “中주도 RCEP 타결 주력”
CPTPP 참여국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5.7%, 한국 수출의 23.3%를 차지한다. 당초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으로 추진됐지만 1월 미국이 탈퇴하면서 CPTPP로 이름을 바꿨다. 나라마다 자국 수입 품목의 95∼100%에 대해 관세를 철폐하거나 현저히 낮추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정부는 11개국 중 멕시코 일본을 제외한 9개국과 이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상태로 당장 우리 무역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미국이 미일 양자 무역 협상에 주력하며 CPTPP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만큼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그 대신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내년에 타결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RCEP는 중국 인도 일본은 물론 아세안 국가 대다수가 참여해 한국 기업의 글로벌 공급망 구축에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당수 제조업에서는 아직 CPTPP 가입이 긍정적 효과보다는 부정적 효과가 크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CPTPP에 가입하면 사실상 한일 FTA 체결을 의미하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한국이 주요 제조업에서 일본에 비해 아직 기술력이 낮아 대일 무역적자가 늘어날 수 있다. 현재 일본은 한국산 완성차와 부품에 관세를 매기지 않지만 한국은 일본산 완성차와 부품에 관세를 매기고 있다. 만약 CPTPP 가입으로 관세가 철폐된다면 한국에 들어오는 일본 완성차나 부품 가격이 싸져서 수입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기차나 자율주행차 부품에서 일본의 기술이 훨씬 앞서 있기 때문에 섣불리 시장을 개방하면 미래 산업 분야에서 한국 기업이 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CPTPP에 가입하더라도 자동차 시장이 큰 멕시코와 캐나다에서는 이미 한국 기업이 현지 생산을 하고 있어 수출 증대 효과는 미미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의 득실보다는 미래 통상환경을 고려해 가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태호 서울대 명예교수(전 통상교섭본부장)는 “미국이 없는 CPTPP는 규모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새로운 가입국에 우호적인 조건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선제적 가입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했다.
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