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e In Seoul’ 만드는 사람들]<3>도심 방앗간 ‘쿠엔즈버킷’ 박정용대표
27일 서울 중구 광희동2가에서 만난 박정용 쿠엔즈버킷 대표가 업체에서 만든 저온압착 방식의 참기름과 들기름을 선보이고 있다. 시중에서 흔히 접하는 제품과 달리 침전물이 없다. 박 대표의 ‘도심 공장’ 구상을 본격적으로 구현할 새로운 사옥은 내년 1월 말 완공된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창업 후 6년간의 생산 노하우를 바탕으로 기존에는 수평 방식이던 착유 장비를 수직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좁은 대지 면적에도 장비를 설치할 수 있도록 개선한 겁니다. 땅값이 비싼 도심에서는 필수적인 과정이었습니다.”
기름 짤 때 쓰는 깔때기 모양을 형상화한 쿠엔즈버킷의 신사옥 조감도.
창업 초기에는 하루 한두 병을 파는 정도였지만 차츰 입소문이 나면서 국내 주요 백화점과 홍콩 수입 식료품 판매점 ‘시티슈퍼’, 미슐랭 3스타 등급을 자랑하는 미국 뉴욕의 레스토랑에도 공급하고 있다. 올해 매출은 20억 원에 육박한다.
박 대표는 “인구 증가 등으로 도시가 외곽으로 점점 팽창하면서 ‘동네 두부집’ ‘동네 어묵집’으로 대표되는 가게들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자신만의 전통을 지녔던 동네 가게들이 도시 바깥으로 아예 밀려나게 됐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식품의 품질과 다양성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지금, 도심의 식품 제조업체들도 이에 부응해야 한다고 그는 생각한다.
박 대표는 “일본의 동네공장(町工場·마치코바) 시스템을 연구해 보니 도심에서도 전통이 흐트러지지 않는 가게가 적지 않았다. 특히 도심 양조장 등을 보며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단가나 생산량에 집중하기보다는 고유의 특성을 가진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 눈높이와 취향을 만족시켜야 도심 제조업이 부흥할 수 있다는 것.
서울시 소공인 지원정책도 박 대표의 생각과 맞닿아 있다.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패션·봉제 업체의 상품에 ‘메이드 인 서울’ 브랜드를 부여해 부가가치를 높인다는 계획이 대표적이다. 박 대표는 “우리가 만든 기름이 ‘도심 방앗간 제품’으로 자리 잡게 되면 제품뿐만 아니라 ‘도심 공장’ 방식도 수출할 수 있다고 본다. 도심에서 소비자와 함께 호흡하며 성공을 거두고 싶다”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