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靑, KT&G 사장 교체 지시… 작년 국채 발행 늘리라고 압박도”

입력 | 2018-12-31 03:00:00

신재민 前 기재부 사무관 주장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은 29일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에서 “(민간기업인) KT&G 사장 교체를 청와대가 지시했다”면서 “청와대와 관련된 다른 사건도 몇 건 더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튜브 화면 캡처

기획재정부가 청와대 지시로 박근혜 정부 때 선임된 KT&G 사장을 교체하려 했고, 관련 내용이 기재부 차관에게까지 보고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KT&G는 외국인 지분이 절반 이상인 민간기업이다.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5급)은 유튜브에 29일 올린 12분 32초 분량의 동영상에서 “(연임을 시도 중인 백복인) KT&G 사장 교체를 청와대에서 지시했다는 내용을 들었다”면서 “또 (올해 3월 정부서울청사의) 차관 부속실에 관련 문건이 있어 (내가) 언론에 제보했다”고 주장했다. 신 전 사무관은 또 “문건에 ‘대외주의, 차관보고’라고 적혀 있어 차관에게 보고된 것”이라고 했다.

앞서 5월 본보 등은 기재부가 KT&G의 지분이 있는 IBK기업은행(6.93%)을 동원해 백 사장의 연임을 막으려 한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에는 ‘외국인 주주에게 백 사장을 교체하고 외부 인사를 영입할 필요성을 설득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당시 기재부는 “실무진이 작성하고 폐기한 것이라 간부들이 확인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백 사장은 정부 의도와 달리 3월 주주총회에서 연임됐다.

신 전 사무관은 “(당시 위로부터) ‘청와대에서 지시한 것 중 KT&G는 안 됐지만 서울신문사 사장은 교체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청와대 지시인 것을 확신했다”고 했다. 올 3월로 임기가 끝난 김영만 전 서울신문사 사장 후임에는 고광헌 전 한겨레신문사 대표이사가 선임됐다. 신 전 사무관은 또 “KT와 포스코 등 민영화된 공기업에 대한 관리 방안을 모색하라는 차관의 지시도 직접 들었다”고 했다.

신 전 사무관은 2012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7월까지 기재부 국고국에서 근무하다가 사직했다. 사표 제출 이유에 대해 “(KT&G) 보도가 나간 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등에서 문서 유출 경위를 파악했고 우리 부서만 찍어서 감사하기도 했다”면서 “당사자로 지켜보기가 너무 괴로웠다”고 했다. 신 전 사무관은 현재 한 학원에서 공무원시험 강의를 준비 중이며 유튜브 동영상에는 해당 학원 로고가 표시되기도 했다. 그는 “민간기업 KT&G 사장 교체에 청와대가 개입한 것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했다.

KT&G 관련 문건을 보고받은 것으로 지목된 김용진 당시 기재부 2차관은 “KT&G 관련 문건을 보고받은 적 없고, 청와대 지시는 더욱 아니다”라며 “민영화된 공기업 관리 방안을 정부가 강구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기재부는 “신 전 사무관에 대해 공무상 비밀누설죄로 고발이 가능한지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신 전 사무관은 30일 오후 모교인 고려대 인터넷 커뮤니티 ‘고파스’에 ‘내가 기획재정부를 그만둔 두 번째 이유’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지난해 11월 기재부가 1조 원의 국채 조기 상환을 하루 전에 돌연 취소해 시장에 충격을 준 배경에 정권의 정무적 판단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신 전 사무관은 “정부는 정권 교체기인 2017년에 국내총생산 대비 채무 비율을 낮추면 향후 정권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판단으로 국채 조기 상환을 취소하고 국채 발행을 늘리려고 했다”고 폭로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가 채무 비율은 박근혜 정권의 책임으로 돌려질 수 있기 때문에 채무 비율을 낮출 수 있는 국채 조기 상환을 취소했다는 것이다. 이어 “이후 적자성 국채 발행을 결국 안 하기로 기재부 내부적으로 정리된 다음에도, 청와대가 다시 국채 발행을 강하게 압박해 왔다”고 덧붙였다.

박성동 기재부 국고국장은 “당시 국채 상환 취소는 세수 등 자금 확보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상환 시기를 조정하려고 했던 것뿐이지 다른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