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文대통령에 친서]2월 김여정 통해 文대통령에 친서 일촉즉발 한반도, 화해무드로 전환 최소 5차례 친서 받은 트럼프, “특별한 편지” 아베에 보여주기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깜짝 친서를 전달하면서 김 위원장의 친서 외교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 직후인 2월 10일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편으로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보였다. 동아일보DB
김 위원장은 이후 북-미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친서를 적극 활용했다. 5월 중순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김계관 외무성 부상 등이 담화를 통해 백악관을 비난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 회담을 취소했다. 이를 수습하기 위해서도 친서가 등장했다. 6월 1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통해 전달된, 다소 비현실적인 크기의 초대형 봉투 속 친서는 두 정상이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첫 만남을 갖는 촉매제가 됐다.
이후 7월 6일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갖고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통해 김 위원장은 두 번째 친서를 보냈다. 당시 김 위원장은 폼페이오 장관의 면담은 거부했지만 빈손으로 돌려보내진 않음으로써 북-미 대화의 끈을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화답하듯 트위터에 친서를 깜짝 공개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발표한 직후인 6월 1일에는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을 미국으로 보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이언트 친서’를 전달하며 파국의 위기를 돌파했다. 동아일보DB
김 위원장은 친서를 통해 상대방에게 자신이 진정으로 대화에 나설 의향이 있다고 강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에겐 자신의 비핵화 의지를 믿어 달라는 메시지를 주로 담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친서 정치엔 북한이 선호하는 ‘톱다운식 문제 해결’을 관철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별 성과 없이 끝난 뒤 정상 간 대화보다는 실무 협의부터 진행해 협상의 밀도를 다지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지만 김 위원장은 계속 친서 정치를 통해 “아랫사람 말고 정상끼리 해결하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는 얘기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