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박물관 상설전시관 재개관… 1년 준비 ‘한국인의 하루’ 선보여 3개월마다 전시품 바꿀 계획
최근 재개관한 국립민속박물관 상설전시실 1관 ‘한국인의 하루’에서 조선시대 선비들의 아침 일상을 보여주는 ‘의관정제’와 관련된 유물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맑은 새벽 우물에 양치질하니 우물 물빛이 해가 타는 것 같이 붉네. 꽃 무리가 시골집을 비추니 아침 해 조각이 노을처럼 붉네.”(완당전집·阮堂全集 중)
조선 후기 문인이자 실학자인 추사 김정희(1786∼1856)는 저서 ‘완당전집’에서 아침의 풍경을 이같이 기록했다. 아침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시간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우리에게 주어진다. 이처럼 하루라는 일상을 300여 점의 유물과 영상 등으로 소개하는 독특한 전시가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1년여 간의 준비기간을 마치고, 최근 재개관한 상설전시실 1관 ‘한국인의 하루’다.
1993년 민속박물관이 지금 자리인 경복궁 경내에 문을 연 뒤 1관은 ‘한민족 생활사’라는 상설전시를 진행해왔다. 5000년에 걸친 한민족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전시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좁은 공간 탓에 우리나라의 다채로운 문화를 보여주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이어져 대대적인 개편에 나섰다.
마을 어귀의 우물과 냇가의 빨래터를 영상과 체험시설로 재현한 모습.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조선 후기 북학파 실학자 이덕무(1741∼1793)의 말처럼 의관정제(衣冠整齊)는 아침을 시작하는 사대부들에게 가장 큰 덕목이었다. 이와 관련된 유물인 다산 정약용(1762∼1836)이 자녀들에게 당부의 말을 적은 서첩인 ‘하피첩(霞피帖·보물 제1683-2호)’ 원본과 조선 후기 선비들의 생활지침서인 ‘일용지결(日用指訣)’ 등을 관람할 수 있다.
해가 떨어진 밤하늘은 별들이 자리를 대신한다. 이번 전시에는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천문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와 서양의 천문도인 신법천문도가 8폭 병풍에 동시에 그려져 있는 ‘신구법천문도(보물 제1318호)’를 공개한다. 전시실 천장에는 천상열차분야지도의 겨울철 별자리를 키오스크를 통해 구현해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박물관은 앞으로 상설전시실을 계절 변화에 맞게 3개월마다 전시품을 교체할 계획이다. 김창호 학예연구사는 “상설전시임에도 특별전처럼 전시 내용을 지속적으로 바꿔 변화무쌍한 한국인의 모습을 보여줄 방침”이라며 “1년을 주제로 하는 상설전시 2관 ‘한국인의 일상’과 3관 ‘한국인의 일생’까지 한국인의 삶과 관련된 전시를 한꺼번에 즐기면 더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