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서로 마음의 빚 털고 ‘서울 답방’ 자기 카드로 교착상황 고려하며 비핵화 주도할 묘수 고심했을 듯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나고 있다. 2018.4.27/뉴스1 © News1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올해 북한은 줄곧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결단, 노동당 중앙위원회의 ‘사회주의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 선택,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등 선제적 비핵화 조치가 한반도 평화 조성을 이끌었다고 강조해왔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1일 논설에서도 “(올해) 세계 언론들은 무시할 수 없는 정치군사 강국으로서의 거대한 영향력으로 국제정치정세를 주도해나가는 우리 공화국에 대해 앞을 다퉈 격찬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3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격적으로 친서를 보낸 것도 ‘주도권 정치’의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구두로 약속한 연내 답방을 이행하지 못해 마음의 빚을 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초청에 묵묵부답한 채로 한해를 마무리하는 대신 예의를 갖춰 거절과 아쉬움을 표함으로써 빚을 털어내게 됐다.
김 위원장은 친서를 통해 서울 답방을 ‘문 대통령의 카드’가 아닌 ‘자신의 카드’로 만들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향후 답방을 하게 되면 문 대통령의 제안을 수용했다기보다 자신의 약속을 지켰다는 측면이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남북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구상을 밝히면서 이를 위해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서울을 답방하겠다고 말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2017년 신년사에서 “핵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 능력을 계속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2018년 1월엔 “국가 핵무력 완성의 대업을 성취했다”며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의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다”고 밝혔다. 올해 신년사에도 핵과 관련한 메시지가 어떤 식으로든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올 한 해 비핵화의 구체적 대상과 순서를 스스로 정하는 ‘주동적 비핵화’ 전략을 구사해왔다. “우리가 정한 시간표대로” 선제적 비핵화를 할 테니 미국도 상응조치를 하라는 식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오전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싱가포르통신정보부 제공) 2018.6.12/뉴스1
일단 김 위원장이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를 신년사에서 언급하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조건부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카드까지 내놓고 미국의 상응조치를 타진하는 상황인 만큼 추가 양보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한반도를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자”며 기존에 밝힌 원론적 입장만 재확인할 경우 협상 동력을 유지할 순 있어도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긴 역부족이란 점에서 북한의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