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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부터 시행되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의 핵심 쟁점은 ‘주휴수당’이다. 근로기준법 55조가 보장한 주휴수당은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가 1주일을 개근했을 때 추가로 지급하는 하루치 임금이다. 한 주에 5일만 일해도 6일치 임금을 주라는 뜻이다. 주휴수당을 근로시간으로 환산한 것이 바로 ‘주휴시간’이다. 주 6일 이상 일하는 것이 일상이었던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당시 근로자들이 하루라도 쉬라는 취지로 만들었다.
개정 시행령은 최저임금 시급 산정에 주휴수당과 주휴시간을 모두 포함하도록 했다. 정부는 “시행령 개정으로 사업주의 추가 부담은 없다”고 주장하고, 경영계는 “최소 20% 이상 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를 둘러싼 사실관계 등을 질의응답(Q&A)으로 정리해 본다.
Q. 정부는 시행령 개정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지는 것은 아니라고 하는데.
특히 최저임금이 지난해(시급 7530원)에 이어 올해(8350원)도 대폭 오른 결과 초봉 5000만 원을 넘는 현대모비스 같은 대기업도 주휴수당 때문에 최저임금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내의 많은 대기업들이 기본급은 적고, 상여금이 많은 임금체계를 갖고 있어 개정 시행령을 준수하려면 기본급을 20% 이상 인상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사업주의 인건비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야당과 소상공인연합회가 주휴수당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Q. 정부는 개정 시행령이 과거 30년간 이어온 행정지침(해석)과 다르지 않다고 한다.
A. 정부가 과거에도 개정 시행령과 동일한 지침을 현장에 적용해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판단한 것은 맞다. 하지만 최근 대법원은 정부 지침을 인정하지 않고 주휴시간을 제외한 실제 일한 근로시간(월 174시간)만으로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판결하고 있다.
이달 월급으로 170만 원을 주는 사업주는 법률과 같은 효력이 있는 대법원 판례대로라면 최저임금법 위반이 아니다. 170만 원을 실제 일한 174시간으로 나누면 시급이 9770원으로 2019년 최저시급(8350원)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정 시행령(170만 원/209시간)대로라면 시급이 8134원으로 확 줄어 최저임금법 위반이 된다. 경영계는 대법원 판례에 맞춰 시행령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Q. 정부는 왜 주 40시간을 일한 근로자의 월 근로시간을 209시간으로 보나.
Q. 매달 기본급 160만 원에 상여금 20만 원을 주면 사실상 월급이 180만 원이니 최저임금 위반이 아닌 것인가.
A. 지난해까지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는 최저임금 산입범위(최저임금을 산정할 때 포함하는 임금의 항목)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국회가 지난해 5월 법을 개정해 1일부터 산입범위에 포함된다. 이에 따르면 매달 지급하는 상여금 20만 원은 최저임금에 포함된다. 따라서 최저임금 월급(174만5150원)을 넘으니 위반이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위반이 된다. 연봉 2492만 원 이하인 근로자들은 이 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는 단서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이 사업장의 연봉(180만 원×12개월)은 2160만 원이라 상여금을 뺀 기본급 160만 원으로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결국 올해 최저 월급(174만5150원)에 맞추려면 기본급을 14만5150원을 올리든지, 아니면 상여금을 기본급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임금체계를 고쳐야 한다.
Q. 그렇다면 1월부터 174만5150원을 주지 않으면 무조건 처벌 받나.
A. 앞선 사례처럼 총액 기준으로는 최저임금을 넘지만 상여금이나 수당이 많아 시급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위반하는 사업장이 적지 않다. 이런 사업장들은 임금체계를 고치겠다고 약속한다면 6월까지 처벌을 면제 받는다. 그러나 임금체계 개편은 노조 동의 없이 불가능해 경영계는 미봉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기업에만 맡기지 말고 정부가 임금체계 개편에 적극 나서 달라는 것이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