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해년 첫 아침이 밝았다.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문과 마주한 젊은 세대에게는 새해를 맞는 심정이 가볍지만은 않을 것이다. 높은 실업률과 고용절벽 등이 겹치면서 취업 연애 결혼 출산 같은 인생의 통과의례가 아무나 누리기 힘든 사치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 동아일보가 대학생 취업준비생 직장인 등 전국의 20대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면접 설문조사에서는 이 땅의 청춘이 느끼는 깊은 좌절과 간절한 열망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이 조사에서 20대는 ‘미투 폭로’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최저임금 인상’을 지난해의 주요 뉴스로 꼽았고 ‘공정’ ‘기회균등’ ‘계층역전’을 주요 화두로 언급했다. 이들이 주목한 뉴스와 화두를 통해 청춘의 고달픈 현실, 팍팍한 일상과 더불어 올해 대한민국의 가장 시급한 과제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갖췄다는 이 나라 청년들은 취업전선의 벼랑 끝에 내몰린 상황이다. 한국의 20대 후반 청년실업률은 23.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4.4%보다 훨씬 높다. 이 연령대 실업자 비중이 20%를 넘긴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나는 알바생, 아버지는 자영업자. 최저임금에 심경이 복잡” “주 6일 야근하다 심장마비로 떠난 우리 아빠 생각난다” 등 20대의 팍팍한 현실을 보여주는 고백은 가슴을 울린다. 요즘 젊은 세대는 거창하고 공허한 거대 담론보다 자신의 일상과 밀접한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청년수당’이나 단기 일자리 같은 땜질 대책이 아니다. 질 좋은 일자리다. 그런 점에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격차 해결이 시급한 과제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는 청년실업률을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된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평균임금은 대기업의 55%에 불과한 반면에 일본은 80%에 이른다. 대기업 노조, 공기업의 고용세습과 채용비리를 둘러싼 젊은이들의 거부감과 분노가 유독 깊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