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 심사때 자료 요청 논란
지난해 12월 31일 항공업계와 국토부 등에 따르면 최근 국토부는 신규 LCC 면허 발급을 신청한 사업자 5곳에 기존 항공사에서 스카우트할 예정인 조종사 및 정비사의 명단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LCC 사업자들은 국토부의 이 같은 요구가 사실상 스카우트를 막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조치라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신규 LCC 관계자는 “자료가 유출될 경우 스카우트 계획이 틀어질 수 있는 데다 이직 예정인 직원들이 원래 다니던 회사로부터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국토부가 운수권 배분 기준에 인력 빼가기를 금지하는 조항을 넣으려 시도한 적이 있다. 국토부는 지난해 3월 항공사 운수권 배분 평가 항목에 ‘항공전문인력 빼가기 적발건수’를 추가하려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반대로 무산됐다. 항공사 간 인력 스카우트를 막는 건 정부가 항공사 간 담합을 부추기는 것과 다름없다는 업계의 비판도 컸다. 해외에는 항공사 간 인력 스카우트를 제한하는 규정이 따로 없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인력 스카우트를 무조건 막겠다는 의도는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신규 항공사에 인력 수급 계획을 요구한 건 안전 당국 입장에서 안전과 직결된 항공 안전 인력 수급 계획이 적절한지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기존 항공사 인력이 지나치게 많이 빠져나가다 보면 이들의 안전 운항에도 차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판단하기 위한 참고자료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 현직 항공사 기장은 “조종사가 부족하다고 해서 운항 안전에 영향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조종사 근무 시간은 한 달에 120시간을 넘을 수 없고 그에 따른 휴식 시간도 정해져 있다. 조종사가 부족할 경우 기존 항공사들은 비행기 가동률을 줄여서라도 이 기준을 맞춰야 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토부가 안전 논리를 명분으로 인력 빼가기를 막으려는 기존 항공사의 입장을 대변해 주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조종사뿐만 아니라 항공기 정비사, 객실 승무원 등 안전 관련 인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력 수급 계획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 대형 항공사 관계자는 “외국의 경우 기장급 조종사에게 월 1만3000달러 수입을 보장하고 있는 반면 국내 항공사는 그러지 못한 경우가 많아 인력 외부 유출로 인한 타격이 크다”고 했다.
조종사 인사 적체도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상 대형 항공사에는 부기장이 기장이 되기까지 약 12∼14년이 걸린다. LCC의 경우는 5∼6년 수준이다. 이 때문에 매년 1800명가량이 항공기 조종사 면허를 따는데도 조종사인 기장이 부족한 실정이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