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前사무관 폭로 파문 확산 초과세수 14조… 채무비율 조정 의심, 기재부 “내부토론 거쳐 발행 안해” KT&G 사장 선임방식까지 검토… 기재부 “경영현황 파악한 것” 해명 현행법 어디에도 관련 근거 없어
기획재정부가 청와대 지시로 민간 기업인 KT&G 사장을 교체하려 했다는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의 주장에 기재부가 “법상 관리주체로서 할 일을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정부의 국가채무가 상대적으로 많아 보이게 하려고 국채를 발행하려 했다는 신 전 사무관의 주장에는 “치열한 토론의 결과”라고 했다. 일개 사무관이 ‘잘 모르고 한 소리’라는 취지다.
하지만 현행법 어디에도 기재부가 KT&G 사장 인선 방법까지 제시할 근거는 없다. 더욱이 세수가 풍부한 상황에서 나랏빚을 더 늘리는 국채 발행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 의혹 커진 KT&G 인사개입 논란
‘KT&G 보고서’는 기재부가 KT&G 지분 6.93%를 보유한 IBK기업은행을 동원해 전 정부에서 선임된 백복인 사장을 교체하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구 차관은 “2018년 1월 당시 KT&G 사장의 ‘셀프 연임’ 보도가 나온 데다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인수 건과 관련해 금융감독원 조사가 진행됐을 뿐 아니라 당시 사장에 대한 검찰 고발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담배사업법에는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 등을 KT&G 대표로 선임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기재부가 당시 기업은행의 주주권 행사와 우호 세력을 확보하는 등 사장 선임 방식까지 검토한 것은 월권 소지가 있다. 특히 청와대 특별감찰반이 디지털 정보분석(포렌식)으로 확보한 기재부 공무원들의 카카오톡 대화록에는 차관의 지시로 KT&G 인사 개입이 이뤄졌고, 지난해 5월 언론에 관련 내용이 보도되자 실무진에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는 대화가 나온다. 한 공무원은 카톡에서 “어마어마한 스토리가 있다”고도 했다.
○ 청와대, 세수 넘치는데 국채 발행 추진
KT&G 사장 인선 개입에 이어 신 전 사무관은 2017년 국채 조기 상환일 하루 전에 상환계획을 취소하고, 4조 원어치의 국채를 추가로 발행하려 한 사실을 폭로했다. 지난 정부의 임기가 포함된 2017년 말 기준 국가채무비율을 의도적으로 높여 현 정부의 재정건전성이 양호하게 보이게 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것이다.
구 차관은 “세수 여건과 시장 상황이 불확실해 상환 시기를 조정한 것”이라면서 “적자국채도 내부 토론을 거쳐 최종적으로 발행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동 기재부 국고국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김동연 당시 부총리가 최종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2017년 초과 세수가 14조 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세입이 부족할 때 쓰는 정책인 적자국채 카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