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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길의 스포츠에세이] 벤투는 한국축구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입력 | 2019-01-02 05:30:00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이 새해 첫날 A매치를 통해 2019년의 문을 열었다. 눈앞으로 다가온 아시안컵에 대비한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하며 보완해야 할 숙제도 남겼다. 황인범(가운데)이 상대 수비수들을 뚫고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비싼 돈 들여 외국인 감독을 데려오는 이유는 단순하다. 성적 때문이다. 국내 감독으로 감당하기 힘든 목표라면 능력 있는 외국인 지도자에게 맡겨야한다. 감독 자리에 국경은 없다. 국가 대항전(A매치)이 많아 유독 희비쌍곡선이 확연한 축구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영입한 네덜란드 출신의 거스 히딩크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히딩크를 통해 큰 재미를 보자 이후 몇 년 간 국내 감독은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2010년 남아공대회에서 허정무 감독이 16강에 오르며 흐름을 바꿔놓긴 했지만 2014년 홍명보 감독의 실패로 다시 외국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독일 출신의 울리 슈틸리케가 영입된 이유다. 하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 다시 국내파(신태용)가 지휘봉을 잡고 2018러시아월드컵에 나갔지만,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 그리고 데려온 인물이 포르투갈 출신의 파울루 벤투다.

지난해 8월 선임된 벤투를 두고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은 자신의 색깔을 낼 수 있는 지도자라고 판단했다. 장기 플랜의 전략과 전방 압박 등 전술적인 측면을 높이 평가했다. 벤투는 9월 첫 대표팀 소집 때 “멀리 내다봐야한다. 아시안컵의 좋은 성적과 월드컵 예선을 무난히 통과하는 게 중요하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4개월이 흘렀다. 그 사이 벤투는 한국축구에 자신의 색깔을 확실하게 입혔다. 전술적인 완성도가 높아진 점은 칭찬할만하다. 점유율을 높이면서 상대를 지배했다. 빠른 공수전환도 돋보인다. 최후방부터 패스를 통해 공격을 만들어가는 빌드업도 이젠 익숙해졌다. 새로운 얼굴들도 발굴했다. 칠레, 우루과이 등 세계적인 강호와의 평가전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았다.지난해 9월 코스타리카전부터 1월1일 사우디아라비아전까지 모두 7번의 평가전에서 3승4무를 기록했다. 단 한 번도 지지 않은 덕분에 선수들의 자신감도 충만해졌다. 믿음이 가는 구석은 어떠한 팀을 만나더라도 자신의 전술적인 원칙이나 철학을 바꾸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벤투 감독.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우리는 그동안 ‘아시아 맹주’라고 자부해왔다. 하지만 4년 주기로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주최하는 아시안컵만 놓고 보면 이런 수식어는 무색해진다. 2회 대회인 1960년 우승 이후 무려 59년 동안이나 정상에 서지 못했다. 결승전에 4번이나 더 올랐지만 모두 좌절했다. 일본,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등 라이벌의 기세가 매서웠다.

이제 다시 정상 탈환의 기회가 왔다. 2019 AFC 아시안컵이 6일 오전 1시(한국시간) 개최국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바레인의 경기를 시작으로 개막한다. C조의 한국은 7일부터 필리핀, 키르기스스탄(12일), 중국(16일)과 차례로 맞붙는다. 한국축구의 에이스 손흥민은 대한축구협회와 소속팀 토트넘과의 약속대로 조별예선 세 번째 경기부터 합류한다.

이번 아시안컵은 30억원 안팎(추정액)의 비싼 연봉을 주고 데려온 벤투의 값어치를 따져볼 수 있는 진짜 무대다. 물론 말이 우승이지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중동이라는 환경적인 요소의 극복과 컨디션 유지가 중요하다. 부상 관리도 해야 한다. 라이벌의 견제도 넘어야한다. 한 달간 7경기를 치러야 하는 체력적인 부담도 만만치 않다. 운도 따라야 한다. 이런 숱한 과정을 거친 뒤에야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게 바로 우승이다.

지난해 아시안게임과 A매치를 통해 한국축구는 다시 희망을 봤다. 그 여세를 몰아 아시안컵에서도 59년간의 오랜 기다림에 종지부를 찍었으면 한다. 벤투의 두 어깨가 무겁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체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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