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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시설-기술투자로 정상화 시키겠다”

입력 | 2019-01-02 03:00:00

이대현 회장 내정자




경영위기에 몰려 중국 기업 더블스타에 매각된 금호타이어가 최근 최고경영자(CEO) 교체에 나섰다. 매각 작업을 마무리한 김종호 전 금호타이어 회장이 지난해 12월 6일 “소임을 다했다”며 회장직에서 물러났고, 최근 그 자리에 이대현 KDB산업은행 수석부행장(사진)이 내정된 것이다.

더블스타는 지난해 7월 총 6463억 원에 금호타이어 지분 45%를 사들인 최대주주다. 2대 주주는 우리은행(7.78%), 3대 주주는 산업은행(7.43%)으로 이들로 구성된 이사회가 의결하면 이 내정자는 금호타이어의 지휘봉을 맡게 된다.

1일 타이어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는 한국타이어에 이어 국내 2위(시장점유율 30∼33%) 업체다. 새 회장 선임을 계기로 금호타이어는 그동안 중단됐던 시설 투자를 재개하고 중국시장 공략 방안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 내정자는 지난해 12월 3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금호타이어를 재건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그는 “금호타이어는 과거 10여 년간 제대로 된 시설투자를 받지 못했고 기술개발도 못 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내부의 비효율을 제거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기술개발과 시설투자로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한국타이어와 함께 국내 타이어 시장을 이끌었던 금호타이어의 위기는 2009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모기업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무리하게 대우건설(2006년), 대한통운(2008년) 등 덩치 큰 매물을 인수했다가 그룹 전체가 재무구조 위기에 빠졌다. 재계에서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승자의 저주’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내정자는 더블스타와 금호타이어, 채권단 사이에서 매각 협상을 주도하며 금호타이어 재무구조를 오랜 기간 살펴왔다. 이 내정자는 “회사가 이사회 중심의 시스템으로 운영되기보다는 오너 한 사람의 입김이 많이 작용하면서 회사의 위기가 시작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야심 차게 진출했던 중국 시장의 실패, 회사 자체의 문제보다는 그룹의 경영난을 도와주려다가 회사가 망가진 점이 ‘1인 체제’의 위험성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는 “금호타이어는 자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긍지와 자존심, 능력이 있는데 기존 경영진은 그간 이를 살려주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더블스타는 인수 당시 금호타이어에 ‘고용 3년 보장+대주주 지위 5년간 유지’를 약속했다. ‘기술만 빼먹고 회사를 팔아치울 것’이란 일명 ‘먹튀(먹고 튀다)’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계약조건이다. 이 회사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최홍엽 조선대 법학과 교수는 “더블스타가 인수한 뒤 중국 판매량을 높이기 위해 엄청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조금만 지나면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타이어는 2017년 1분기(1∼3월)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제조기반은 탄탄하다. 국내에 3개(광주, 곡성, 평택), 중국에 3개(난징, 톈진, 창춘), 베트남과 미국 조지아에 각각 1개씩 생산 공장이 있다. 한국, 미국, 독일, 중국에는 연구소도 있다. 글로벌 직원은 총 9591명으로 지난해 4분기 실적은 흑자전환이 예상된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