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마지막 날인 그제 서울 강북삼성병원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지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평소 조울증을 앓던 30대 환자는 진료 상담을 받던 도중 칼을 꺼내들었고, 복도로 도망친 의사를 뒤쫓아 가 공격했다.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의료진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다.
환자가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진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하는 일은 비일비재하게 발생해 왔다. 지난해 의료기관 기물 파손, 의료인 폭행 협박으로 신고 또는 고소된 사고는 893건에 이른다. 3년 전 대한의사협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의사 96.5%가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폭행이나 위협을 받았다고 답했을 정도다. 지난해 여름에는 응급실 의료진이 술 취한 환자에게 폭행당하는 사건이 잇따르자 의사들이 폭행 근절과 가해자 처벌을 촉구하는 대규모 거리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 결과 세밑을 앞두고 응급실에서 벌어지는 폭행 사건의 처벌을 강화하는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응급실을 벗어나면 의료진은 여전히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일반 진료실에서 일어난 폭행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은 아직도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병원 전반의 폭력 행위를 뿌리 뽑고 안전한 진료 환경을 구축하는 것은 의사뿐만 아니라 환자의 안전과 생명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