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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 할머니에 사기를… 비정한 이웃

입력 | 2019-01-02 03:00:00

충북 보은서 살던 이옥선 할머니, 18년전 전재산 빌려줬다 못받아
채권시효 10년 넘어 법적 환수 불가… 나눔의 집 “도와달라” 靑청원 큰 호응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 할머니(93·사진)가 18년 전 이웃에게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돈을 빌려주고 지금까지 돌려받지 못한 사연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1일 경기 광주의 ‘나눔의 집’에 따르면 이 할머니는 1942년 16세 나이에 중국 만주에 있는 일본군 위안소로 끌려가 피해를 당했다. 광복 직후 고향인 대구로 돌아왔지만 ‘혼자만 살아 돌아왔다’는 동네 사람들의 눈총을 견디지 못해 대구를 떠났다. 이후 충북 보은 속리산 자락에서 살며 관광객을 상대로 물건을 팔거나 전국을 돌며 인삼을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

그러던 2001년 4월경 이웃 정모 씨의 장모로부터 “사위 정 씨에게 돈을 맡기면 이자도 잘 주고 원금도 불려 준다”는 말을 믿고 정 씨에게 4000만 원을 빌려줬다. 사실상 이 할머니의 전 재산이었다.

그러나 이후 정 씨는 돈을 갚을 생각은 않고 “다음에 주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한다. 도움을 요청할 가족도 없는 상황에서 홀로 속만 태우던 이 할머니는 지난해 추석 무렵 나눔의 집에 이 같은 사실을 털어놓은 것.

나눔의 집 측은 정 씨 연락처를 수소문해 돈을 갚아달라고 요청했지만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채권 시효 기간인 10년이 넘어 법적으로는 돈을 돌려받기 힘든 상태다. 결국 나눔의 집 측은 지난해 12월 2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 사기 피해 도와주세요’라는 청원 글을 올렸다. 이 청원에 동의한 사람은 1일 오후 5시 현재 1만2000명을 넘었다.

나눔의 집 관계자는 “이 할머니는 힘들게 살면서도 보은군민장학회에 2000만 원을 기부하는 등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왔다”며 “고령에 일본 정부도 아닌 우리나라 사람에게 고통 받는 사실이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현재 나눔의 집에 거처하는 이 할머니는 돈을 돌려받으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쓰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 할머니는 2015년 한국과 일본 정부의 합의로 발족했다 지난해 해산한 화해·치유재단의 위로금도 일절 받지 않았다.

광주=이경진 기자 lk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