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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수출 사상첫 6000억달러 넘었지만… 반도체 이어 석유화학까지 성장둔화 조짐

입력 | 2019-01-02 03:00:00

12월 수출 3년만에 첫 감소… 반도체-석유화학 전년보다 줄어
세계경기 둔화-국제유가 하락에 올해 한국 수출전망 먹구름




지난해 12월 수출이 2015년 이후 3년 만에 처음 감소했다. 반도체와 석유화학 수출액이 동반 감소하면서 전통적인 수출 주력품목들에 비상 신호가 켜졌다. 특히 반도체는 27개월 만에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물론 지난 한 해를 놓고 보면 수출이 처음 6000억 달러를 돌파하고 수출과 수입을 합친 무역총액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세계 경기 하강세와 국제 유가 하락 등으로 올해 수출 전망은 전년보다 어둡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2월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1.2%(5억8000만 달러) 감소한 484억6000만 달러(약 54조2752억 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에도 수출이 8.1% 감소한 바 있지만 이는 추석 연휴 때문에 조업일수가 감소한 영향이 컸다.

특히 한국 수출에서 비중이 높은 반도체와 석유화학이 모두 부진했다. 12월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월보다 8.3% 적은 88억6000만 달러(약 9조9232억 원)였다. 월간 단위로 반도체 수출이 줄어든 것은 2016년 9월(―2.6%) 이후 처음이다. 석유화학 수출액도 6.1% 감소한 38억5400만 달러(약 4조3165억 원)에 그쳤다. 정부가 꼽은 13대 주력 품목 중 전년 동기 대비 수출이 증가한 것은 자동차, 선박, 석유제품 등 3개뿐이었다. 산업부 측은 “반도체의 경우 대형 IT기업의 투자가 둔화되고 메모리 반도체의 공급 부족이 해소된 영향이 컸다”며 “석유화학 제품은 국제유가 하락 때문에 수출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세계무역전망 지수(WTOI)는 기준 추세(100)보다 낮은 98.6이었다. 2016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이는 향후 수개월 동안 글로벌 무역 성장이 둔화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전망에 따라 국내 기업들도 사업 계획을 축소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한국의 총수입액은 535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8% 증가했지만 자본재 수입액은 770억 달러로 오히려 2.8%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 디바이스 제조기기(―12.3%), 디스플레이 제조기기(―82.6%)의 감소폭이 컸다. 자본재 수입이 감소한다는 것은 기업들이 그만큼 향후 경기를 어둡게 보고 설비투자를 줄인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주요 연구기관들도 반도체 경기 하락세와 국제유가 하락 등을 이유로 올해 수출 증가율을 올해의 절반 수준인 3%대로 전망하고 있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그동안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되며 국제 교역량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었지만 반도체 등 몇몇 품목 덕분에 우리 수출이 버텼던 것”이라며 “한국에 반도체를 대체할 산업이 많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2018년 한 해 동안 한국 수출은 2017년 대비 5.5% 늘어난 6054억7000만 달러로 사상 처음 6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미국, 독일, 중국 등에 이어 세계 7번째로 수출 60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전체 무역액도 1조1404억6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였다.

품목별로는 반도체와 일반기계, 석유화학이 모두 역대 사상 최대 수출액을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는 전년대비 29.4% 증가한 1267억1000만 달러를 수출했다. 단일 부품으로 연간 수출액이 1000억 달러를 넘은 것은 한국 반도체가 세계에서 처음이다. 이런 특정 산업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향후 글로벌 경기 침체 때 부메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 사항이다.

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