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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금강산관광 조건없이 재개”… 답방 청구서 내민 김정은

입력 | 2019-01-02 03:00:00

南에 경협확대 리스트 제시




‘깜짝 친서’를 통해 서울 답방 가능성을 재차 밝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해 첫날 내놓은 신년사에서 조건 없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 한국을 향한 각종 ‘청구서 리스트’를 쏟아냈다. 비핵화 대화를 이어가고 서울 답방을 추진하는 데 따른 정치적 대가 중 일부는 문재인 정부가 치러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 북한의 비핵화 진전을 본격적인 경협 확대의 전제 조건으로 세워둔 문재인 정부를 향해 대북제재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책임이 함께 있다는 메시지를 준 셈이다. 또 김 위원장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다자 협상 추진을 강조하며 중국이 참여하는 4자(남북미중) 평화협정을 요구할 뜻을 내비쳤다.

○ 경제난 김정은, 금강산·개성공단 카드 꺼내들어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남북관계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전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김 위원장은 “온 민족이 역사적인 북남 선언들을 철저히 이행하여 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의 전성기를 열어나가자”며 “이 구호를 높이 들고 나가야 한다”고 했다. 남북 군사적 긴장 완화와 함께 경협과 인적 교류 확대, 완전한 비핵화 협력을 명시한 지난해 9월 평양 정상회담 합의의 실질적인 진전을 올해 남북관계 목표로 제시한 것.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개성공업지구에 진출하였던 남측 기업인들의 어려운 사정과 민족의 명산을 찾아보고 싶어 하는 남녘 동포들의 소망을 헤아려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는 지난해 9월 남북 정상이 합의한 사안. 하지만 당시 선언문은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한다”고 명시해 비핵화 진전을 전제조건으로 설정해두었다. 결국 김 위원장이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는 재개를 언급한 것은 비핵화가 완료되기 전에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이 정상화돼야 한다는 ‘SOS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이 “북과 남이 굳게 손잡고 겨레의 단합된 힘에 의한다면 외부의 온갖 제재와 압박도 그 어떤 도전과 시련도 민족 번영의 활로를 열어나가려는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는 국제 제재를 어기지 않고는 할 방법이 없는 사안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꿈쩍하지 않는 만큼 우리에게 제재를 풀어보라는 것”이라며 “제재를 해제하는 데 우리가 미국을 설득하도록 앞장서게 만드는 것으로 김 위원장으로서는 ‘꿩 먹고 알 먹는’ 카드”라고 말했다.

○ 중국 참여 평화협정 추진 내비쳐

문재인 대통령이 불가역적인 평화를 올해 외교 목표로 내건 가운데 김 위원장도 신년사에서 평화체계 전환을 강조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정전협정 당사자들과의 긴밀한 연계 밑에 조선반도의 현 정전체계를 평화체계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 협상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평화협정 논의 참여국을 ‘정전협정 당사자’로 못 박은 것은 중국을 협상에 참여시켜야 한다는 뜻을 담은 것. 북-미 간 고위급, 실무협상이 번번이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참여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포석이다. 특히 이를 남북관계의 과제로 제시한 것은 비핵화 협상을 평화체계를 위한 다자 회담으로 전환시키는 데 한국의 역할을 요구한 것이다.

김 위원장이 “전 민족적 합의에 기초한 평화적인 통일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하며 그 실현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문 대통령이 구체적인 통일방안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먼저 통일방안 모색을 강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이 중국과 홍콩의 통합과 같은 일국양제(一國兩制)를 김정은식 통일방안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신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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