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신년사]“외세와 합동훈련 말라” 압박
특히 김 위원장은 “외부로부터의 전략자산을 비롯한 전쟁장비 반입도 완전히 중지돼야 한다”고도 했다. 미국은 지난해 5월 한미 연합 공중훈련인 맥스선더를 진행할 당시 스텔스 전투기 F-22를 한반도에 전개한 뒤로 전략자산을 전개하지 않고 있는데도 이를 요구한 것이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말한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북한의 핵 폐기가 아닌 남북 모두의 핵 능력 제거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 김정은, ‘주한미군 핵우산도 없애라’
이미 한미는 지난해 6월 북-미 정상회담 이후 미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전개를 중단하고 ‘비질런트 에이스’ 등 한미 연합훈련은 축소 유예하는 결정을 내렸다. 여기에 군은 통상 봄과 8월에 실시하는 한미 연합 지휘소연습(CPX)인 키리졸브,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 역시 이름을 가칭 ‘19-1 연습’ 등으로 바꾸고 기간도 대폭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핵무기를 운반할 수 있는 미 전략폭격기, 핵추진 항공모함 등의 전략자산 전개 및 이 같은 전략자산이 참가하는 연합훈련의 중단은 곧 한미의 비핵화 조치다. ‘북한만의 비핵화’가 아니라 한반도에서의 핵 능력 제거까지 요구하는 것으로, 결국 한국에 제공되는 미군의 핵우산을 없애지 않으면 북한도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에 나설 수 없다는 얘기다.
○ 軍 “올해 한미 연합훈련 실시”
군은 올해 두 차례로 예정된 CPX는 예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이미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두 번의 CPX를 포함한 올해 훈련 계획을 보고했다. 정부 소식통은 “올해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앞서 한국군의 작전 주도 능력을 검증하는 첫 단계인 최초작전운용능력(IOC) 평가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연합훈련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전작권 전환은 문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사항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따라 북한이 다시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군사적 맞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만약 북-미 대화가 별 진척이 없고, 대북제재 역시 지속될 것으로 북한이 판단하면 재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협상 상황에 따라 한미가 직전에 훈련 중단을 발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 안보 위기가 절정에 달했던 2017년 상황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