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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 앉은 김정은, 美에 “새로운 길” 으름장

입력 | 2019-01-02 03:00:00

신년사 통해 제재 해제 직접 요구, “트럼프와 다시 마주 앉을 준비돼”
구체적 비핵화 조치는 언급 안해… 南엔 “외세와 합동군사연습 말라”
靑, 5시간 뒤에야 “관계진전 기대”




대형 초상-책장… 안정감 과시한 ‘소파 신년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집권 후 처음으로 단상이 아니라 소파에 앉은 채로 신년사에 나섰다. 신년사 녹화 장소는 평양 노동당 본청으로 보이며 고풍스러운 목재 인테리어에 대형 책장, 가죽 소파, 은은한 조명이 더해져 여느 강대국의 지도자처럼 ‘안정감 있는 지도자’라는 분위기를 연출하려 한 듯했다. 김 위원장 뒤편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형 초상이 걸려 있고, 인공기(왼쪽)와 노동당 당기도 보인다. 대형 거울과 벽 곳곳엔 붓, 망치, 낫으로 이뤄진 노동당 마크도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언제든 또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미국이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 들고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에로 나간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차 정상회담에 나설 용의는 있지만 대북제재 해제 등의 상응조치가 없다면 대화판을 흔들 새로운 카드를 내밀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길’을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새해 상반기 비핵화 협상 흐름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1일 오전 9시 조선중앙TV 등을 통해 30분간 공개된 신년사에서 “조선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 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로 나가는 것은 나의 확고한 의지”라며 이같이 말했다.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해 단상에 서서 신년사를 하는 김 위원장.

이어 “미국이 상응한 실천행동으로 화답해 나선다면 (양국 관계가) 빠른 속도로 전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뒤 “(북-미) 상대방이 서로의 고질적인 주장에서 대범하게 벗어나 호상(상호) 인정하고 존중하는 원칙에서 공정한 제안을 내놓고 올바른 협상 자세와 문제 해결의 의지를 갖고 임한다면 서로에게 유익한 종착점에 가닿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2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제안한 미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방북 허가 수준을 넘어서는 더 큰 ‘비핵화 당근’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를 향해선 “외세와의 합동군사연습을 더 이상 허용하지 말아야 하며 외부로부터의 전략자산을 비롯한 전쟁장비 반입도 완전히 중지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라고 했다. 지난해 남북, 북-미 정상과 만나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는 북핵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인 만큼 B-1B 전략폭격기(‘죽음의 백조’) 등 북한을 겨냥한 미국의 핵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남북) 군사적 적대관계 해소를 조선반도 전역에로 이어놓기 위한 실천적 조치를 취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는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 재개할 용의” 등을 밝히며 남북 교류와 긴장 완화에도 적극 나설 것을 강조했다.

정부는 신년사가 공개되자 내부 조율을 거쳐 5시간 뒤 원론적인 반응을 짧게 내놨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신년사에는 남북 관계의 발전과 북-미 관계의 진전을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 본다. 김 위원장의 확고한 의지는 새해에 한반도 문제가 순조롭게 풀리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하리라 기대한다”고 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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