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1일 화요일 맑음. 영혼 199×.… #301 모노 ‘넌 언제나’(1993년)
‘넌 언제나’가 실린 모노의 1993년 1집 표지.
며칠 전 한 동영상에 달린 댓글을 읽곤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 영상은 밴드 데이브레이크의 ‘넌 언제나’ 뮤직비디오. 1993년 발표된 그룹 모노의 원곡을 최근 리메이크한 노래다.
비디오는 요즘 촬영됐지만 옛 멋을 뽐낸다. 남자 주인공이 과일주스 병에 담긴 보리차를 따라 마시며 졸업앨범을 뒤져 좋아하는 여자친구의 전화번호를 찾아낸다. 413-4231. 그녀만을 위한 카세트테이프 제작에 돌입. 볼펜으로 꾹꾹 눌러써 카세트에 스티커로 붙인 제목은 ‘1993년 겨울 인기가요!’. 웨하스와 빼빼로, 통조림 체리가 올라간 파르페를 그녀와 나눠 먹는 달콤한 상상도 잠시. 그녀 집 앞에 찾아가 충전형 IC카드가 들어가는 공중전화로 연락해 보지만 묵묵부답이다.
20, 30대 사이에 ‘을지로 갬성(감성)’이 유행이다. 얼마 전 만난 방송작가는 대학 95학번인 언니의 20대가 부럽다고 털어놨다. 사진 속 스무 살 언니는 크롭톱에 하이웨이스트를 입고 있었다며, 유행을 선도했다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배꼽티에 배바지가 결국 그거였나.
반(反)영웅의 시대였다. 가장 좋아했던 영화는 ‘올리버 스톤의 킬러’. 반항심에 가득 차 살인을 일삼는 커플의 기행을 2시간짜리 뮤직비디오처럼 풀어낸 불온한 작품. 두 번이나 봤다. 넷플릭스가 아니라 비디오방에서.
라디오헤드의 새 앨범을 산다는 건 두세 달간 그것만 들을 준비가 돼 있음을 뜻했다. 등교 전엔 그날 들을 테이프 두 가지를 골라 하나는 가방에, 하나는 워크맨에 넣었다.
메탈리카 티셔츠는 입고 다녔지만 ‘넌 언제나’를 좋아한다고 고백해본 적 없다. 원곡을 재생한다. ‘내 잘못을 탓하는 것이라면/돌아온 후에도 늦지 않아.’ 오래된 멜로디에 심장이 내려앉는다. ‘원한다면 기다릴 수 있어/난 그대로인 거야/떠난 건 너 혼자였으니/그대로 돌아오면 돼.’
문득 그땐 몰랐던 사실을 깨닫는다. 제목인 ‘넌 언제나∼’는 도입부에 딱 두 번 읊어진다는 것, 가사 본문에는 ‘넌 언제나’란 없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