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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할 말 많지만 재판 종결 때 하겠다”…2심 첫 공판

입력 | 2019-01-02 14:34:00


 다스 비자금 횡령과 삼성 뇌물 등 혐의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이명박(78) 전 대통령이 항소심 재판에 첫 출석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심 결심 공판 출석 이후 118일 만에 다시 법정에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김인겸)는 2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1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첫 공판에 검은 정장을 입고 출석한 이 전 대통령은 오후 2시7분께 입정했고,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다소 피곤한 기색으로 법정에 들어선 이 전 대통령은 가볍게 헛기침을 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9월6일 1심 결심 공판엔 출석했으나 10월5일 1심 선고, 12월12일과 26일 두 차례 열린 항소심 공판준비기일에는 불출석 했다.

이날 법정 안은 이 전 대통령의 2심 첫 출석을 지켜보기 위한 방청객으로 가득찼다.이 전 대통령은 본격 재판에 앞서 인적사항과 항소 사실 여부 등을 묻는 재판부 질문에 모두 “네”라고 답했다.

법정에서 이 전 대통령은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1심 판결 이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2심 종결 시점에서 이야기 하도록 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날 이 전 대통령 측은 “김성우(다스 전 대표)씨의 진술은 그 자체로 모순되고 여러 차례 번복돼 믿기 어렵다”, “김씨 진술 변경만으로 다스가 대통령 소유로 밝혀졌다고 본 검찰 주장과 원심 판단은 잘못됐다”며 ‘다스 소유’에 대한 전제 자체를 부정했다.

이어 “다스 소유 여부에 따라 범죄가 달라진다는 것은 검찰이 이 사건을 바라보는 프레임일 뿐”이라며 “현대건설의 사장을 지낸 사람이 회사와 무관한 부품회사를 은밀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겠나. 30년이 지난 시점에서 현재의 관점으로 과거 사실을 재단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처남 김재정(사망)씨 차명재산 관련성을 부정했으며, 다스 소송과 관련해 삼성 측으로 소송비 대납 방식의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대납 과정에서 중요인사 접촉이나 법률지원 활동은 부수적인 문제에 불과하고 실제 지원이 있었다더라도 뇌물에 해당할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국정원 특수활동비에 대한 공소 부분은 자금 사용처가 모두 공적 영역이어서 애당초 기소 자체가 잘못됐다”면서 혐의 사실 전반을 부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 측에서는 이 전 대통령의 허위계산서를 통한 97억원 횡령 부분과 법인세 포탈 부분에 대해 유죄가 성립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스 미국 소송과 김재정씨 차명재산과 관련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부분에 대해 “대통령 직무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또 “삼성 뇌물 사건에서 지원금 수익자와 사용 결정권자는 이 전 대통령”이라면서 “국정원 상납납사건에서 4억원을 수수한 것은 청와대가 아닌 이 전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공직임명에 대한 대가 수수와 대통령기록물 유출 사건 등 다른 의혹에 대해서도 이 전 대통령의 혐의가 충분하다면서 “형의 가중요소가 감경요소보다 압도적임에도 중간에도 못미치는 15년을 선택한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검찰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장에 대한 선고에서 원장들이 회계책임자임을 부정한 것과 관련해 공소장 변경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는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지원받아 사용한 부분에 관해 이 전 대통령은 업무상 횡령 공범에 가깝다고 판단한 것으로 관측된다.

본격적인 증인신문은 9일 예정된 2차 공판기일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증인은 이학수(73) 전 삼성그룹 부회장과 김백준(79)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원세훈(68) 전 국가정보원장 등 15명이다.

당초 이 전 대통령 측은 측근들을 증인으로 불러 추궁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이었으나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이후 항소심에서 충분한 소명을 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꾼 것으로 관측된다.

오는 9일에는 이 전 부회장, 11일에는 이 전 대통령 처남의 부인인 권영미 전 홍은프레닝 대표·제승완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 등의 출석이 예정됐다. 또 강경호 다스 사장에 대한 증인신문은 당초 이달 11일에서 30일로 미뤄졌다.

또 23일과 25일에는 김 전 기획관, 다음달 8일과 15일에는 각각 이팔성(75)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됐다.

이 전 대통령은 1992~2007년 다스를 실소유하면서 비자금 약 339억원을 조성(횡령)하고, 삼성에 BBK 투자금 회수 관련 다스 소송비 67억7000여만원을 대납하게 하는 등 16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1심은 지난해 10월5일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실소유자이고 비자금 조성을 지시했다는 사실이 넉넉히 인정된다”며 7개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원을 선고하고 약 82억원을 추징키로 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