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인사 개입 및 적자 국채 발행 관련 의혹을 폭로한 신재민(33·행정고시 57회) 전(前)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2일 기재부의 고발 조치에 대해 “성실하고 당당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신 전 사무관은 이날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빌딩 힐스터디에서 처음으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제기한 의혹에 대한 기재부 측 해명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기재부에서 신 전 사무관이 당시 사건에 대해 잘 모르는 위치에 있었다고 해명한 데 대해 신 전 사무관은 “적자 국채 관련해선 내가 담당자였고 부총리에 보고하는 자리에 4번 배석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기재부에서 현재 근무하는 사람 중 작년에 있었던 사건의 전말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3명뿐”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3명의 정확한 신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신 전 사무관에 따르면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적자 국채 발행 관련 최초 보고할 당시 정부는 8조7000억원 규모를 발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후 김 부총리가 조규홍 당시 차관보를 질책했고, 국가총생산(GDP) 대비 채무 비율에 맞춰 국채 발행의 액수를 결정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신 전 사무관은 회고했다.
신 전 사무관은 “전해 들은 것이 아니라 내 눈앞에서 부총리가 얘기했고, 국장, 과장 등 실무진도 청와대와 통화를 했다. 제가 직접 겪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압력 행사의 배후자로 차영환 당시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현 국무조정실 제2차장)을 지목했다.
신 전 사무관은 “보도자료 발행 계획이 나오는 날 청와대에서 담당 국장, 과장에게 직접 전화해 배포를 취소하라고 했고, 엠바고(일정 시점까지 보도 금지)가 풀리기 전 담당 과장이 몇몇 기자에게 연락을 돌린 것으로 안다”고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바이백 자체는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한 달 전에 바이백을 한다고 해 놓고 하지 않은 건 굉장히 큰 문제다. 분명히 타격을 받는 기업·개인들이 있다”며 “정부가 납득할 수 없는 의사결정을 통해 바이백을 취소하고 이로 인해 실제 금리가 뛰는 모습을 보며 공무원으로서 죄송스러웠다”고 털어놨다.
국가 채무 비율을 높인다 해도 문재인 정부 첫해의 비율이 되는 것이기에 의미 있는 수준이 아니라고 해명한 기재부 측 입장에 대해선 “첫해라 하더라도 집권 시기가 지날수록 GDP 대비 채무비율이 올라가는 건 좋지 않으니 해명이 될 수 없다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신 전 사무관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며 “내가 이렇게 나섬으로 인해 우리 사회가 보다 합리적이고 좀 더 나은 공명 구조로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그는 “중요한 건 정권이 아니라 의결 시스템과 그 시스템에서 일하는 한 명 한 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튜브를 통해 의혹을 폭로한 이유에 대해 “공무원으로서 국가의 녹을 먹으며 살았던 기간 느꼈던 부담감을 사회에 알리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가의 세금을 받으며 일했던 것에 대한 부채 의식을 해소해야 다른 일도 하며 먹고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며 학원 강사를 하기 위해 ‘노이즈마케팅’을 시도했다는 일부 의혹에 대해선 전면 부인했다.
신 전 사무관은 본인과 같은 내부고발자가 앞으로 더 많아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공익 제보자가 숨어다니고, 긴장한 채로 말하고, 사회에서 매장당하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공익 제보자가 사회에서 인정받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유튜브를 활용한 것이었다. 진정성을 의심받을 줄은 몰랐다”고 했다
그는 권익위원회 등에 공익 신고 절차를 밟고 있냐는 질문에 “경황이 없어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 (뒤늦게나마) 절차를 밟고 있다”며 “(가능하다면) 법적 도움을 받고 싶다”고 했다.
한편 기재부는 이날 오후 5시께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신 전 사무관을 고발했다. 혐의는 형법 제127조 상 공무상 비밀 누설 금지 위반과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51조 위반, 2가지다. 기재부는 KT&G 관련 동향 보고 문건을 무단으로 출력해 외부에 유출한 것과 적자 국채 발행과 관련된 청와대 및 정부 간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외부에 유출한 것을 문제 삼고 있다.
【서울·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