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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강정훈]단체장들의 신년사 ‘경제살리기’

입력 | 2019-01-03 03:00:00


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경제 부흥의 해’ ‘재도약 원년’ ‘조선(造船) 경기 회생’….

경남도민을 포함한 국민 소망의 반영일까. 지방자치단체장 신년사 키워드는 역시 ‘경제’였다. 몇 년 전만 해도 행복, 도약 등이 새해 소망이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초선(初選)들의 각오는 남달랐다. 간절함이 곳곳에서 배어났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경남 경제 재도약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더불어 나누면서 함께 성장하는 한 해를 만들자”고 호소했다. 허성무 창원시장은 ‘창원 경제 부흥의 해’라는 좌표를 세우고 최우선 목표를 경제 살리기에 뒀다. 창원시 전역을 산업-고용위기 지역으로 지정하는 문제도 추진한다. 조규일 진주시장은 ‘부강한 진주’를 목표로 삼았다. 남부내륙철도(서부경남 KTX) 추진, 차세대 중형위성 조립공장 유치, 강소연구 개발특구 지정, 유네스코 창의도시 가입도 추진한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조선 경기 회생에 주력할 것”이라며 “연이은 수주는 물론 연간 수주실적 세계 1위가 임박했다”는 기대도 나타냈다.

남해읍 경제 활성화와 신청사 건립에 몰두하겠다고 밝힌 장충남 남해군수는 “다이내믹 남해를 향한 질주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서춘수 함양군수는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고 지역 최대 행사가 될 ‘2020 항노화 엑스포 성공 개최 준비’를 최대 과제로 꼽았다.

재선인 허성곤 김해시장은 “경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은 물론 ‘가야 왕도 세계도시 김해’를 반석에 올려놓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윤상기 하동군수는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 투자 유치, 섬진강 재첩의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 등을 약속했다. 특히 “세계적인 트렌드를 읽고,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공직자에게 강조한 것도 특징이다.

이들이 한목소리로 총력, 확대, 혁신 등의 구호는 외쳤으나 구체적 로드맵은 미흡해 보인다. 선거공약 수준의 두루뭉술한 계획도 많다. 이런 가운데 ‘사상 최대 예산 확보’ 자랑은 예나 다름없다. 경남도는 ‘사상 최대 국비 예산 5조 원 확보’, 창원시는 ‘사상 처음 국비 예산 1조 원 확보’, 남해군은 ‘5000억 원 초과 예산’ 등을 앞세웠다. 정부가 470조 원의 슈퍼 예산을 짠 만큼 지자체 예산이 연동해서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낡은 홍보 방식을 버리는 것도 혁신이다.

국내 여건은 말할 것도 없고 세계 경제는 시계 제로다. 미국의 성장 둔화와 중국 경착륙 우려, 무역갈등이 그렇다. 인도 총선,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비준, 브렉시트 표결도 변수다. 갈 길은 멀고 여건은 녹록잖다는 의미다. 황금돼지해라고 해서 돈다발이 그저 굴러올 리 만무하다. 정부, 지자체, 경제계, 국민 모두가 남이 한 번 하면 나는 백 번 한다(인일기백·人一己百)는 자세로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폐습을 통렬히 바꾸고 몰라보게 변해야 한다. 그래야 연말에 그나마 달라진 성적표를 받아 들 수 있다. 해가 바뀌면 21대 총선 회오리와 함께 정치의 계절로 접어든다.
 
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