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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의 50년 통큰 투자… 여수 경제의 불 밝히다

입력 | 2019-01-03 03:00:00

[2019 신년기획 기업이 도시의 미래다]<6> MFC 신설에 들썩이는 여수




전남 여수시에 위치한 GS칼텍스 제2공장 전경. GS칼텍스는 총 2조7000억 원을 들여 이곳에 총 43만 ㎡ 규모의 올레핀 생산시설(Mixed Feed Cracker·MFC)을 짓고 있다. 2021년 가동이 목표인 이 시설이 완공되면 석유화학제품의 기초원료인 에틸렌, 프로필렌 등이 생산된다. GS칼텍스 제공

지난해 12월 13일 전남 여수시 여수국가산업단지(여수산단)에 차로 진입한 지 10여 분이 지나자 GS칼텍스 제2공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축구장 210개를 모아놓은 크기(총 150만 m²)의 제2공장 한편에서는 수십 대의 타워크레인이 굉음을 내며 터를 다지고 있었다. GS칼텍스가 2021년 가동을 목표로 총 43만 m² 규모의 터에 올레핀 생산시설(Mixed Feed Cracker·MFC)을 짓고 있는 현장이었다. 이곳은 정유업으로 시작한 GS칼텍스가 석유화학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는 ‘미래의 땅’이다.

올레핀은 옷, 신발 등을 만들 때 쓰이는 합성수지, 합성고무, 합성섬유의 주원료다. GS칼텍스는 MFC에 단일 공장에 투자한 금액 기준으로 사상 최대인 2조7000억 원을 투자한다. GS칼텍스가 2017년 거둔 영업이익(2조16억 원)보다 많은 액수다. 나프타를 원료로 쓰는 석유화학사의 나프타분해시설(Naphtha Cracking Center·NCC)과 달리 MFC에서는 나프타뿐만 아니라 액화석유가스(LPG), 부생가스(부차적으로 생성되는 가스)도 원료로 사용할 수 있어 생산성이 더 높다.

○ ‘불황을 모르는 도시’ 여수의 모체 GS칼텍스


정부의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에 따라 1967년 여천공업기지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여수산단은 우리나라 최대 석유화학단지다. 여수산단 출범과 함께 제1공장의 첫 삽을 뜬 GS칼텍스는 지금의 여수산단으로 성장하기까지 ‘맏형’ 역할을 해왔다. 여수산단에 있는 기업들은 GS칼텍스가 원료를 정제해 만든 LPG, 납사, 디젤, 가솔린, 아스팔트 등으로 새로운 제품을 생산한다. 김태은 여수상공회의소 조사진흥본부 차장은 “매출 1조 원 이상의 기업이 여수에 10여 개 있는데, 그 기업들 모두 GS칼텍스로부터 원료를 제공받아 석유화학 제품을 만든다. GS칼텍스가 여수 기업들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이유”라고 말했다.

GS칼텍스의 MFC 투자를 계기로 여수시 경제는 다시 들썩이고 있었다.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제2공장의 고도화 시설에 총 5조 원 이상을 투자했던 GS칼텍스가 5년 만에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직간접적인 낙수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전선규 GS칼텍스 MFC 프로젝트매니저(상무)는 “공장 건설, 자재 구매 등을 포함한 연관 산업의 파급력이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체 투자비의 40%에 해당한다”고 했다.

본격적인 공장 건설에 들어가면 하루 최대 6000∼7000명의 인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전체 공사기간 연인원으로 따지면 260만 명 수준이다. 완공 후에는 설비 가동에 따라 500명 이상의 고용 창출도 예상된다.

여수시의 올해 본예산은 역대 최대 수준인 1조3587억 원으로 편성됐다. 작년에 비해 무려 2857억 원(26.6%)이 증가했다. 2017년 여수시의 재정자립도는 36.1%로 전남에서 1위였는데, 앞으로 자립도 비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시 지방세에서 GS칼텍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10.2%에서 2017년 14%로 꾸준히 늘고 있다.

김 차장은 “여수는 불황을 모르는 도시다. 다른 산업도시들이 자동차, 조선 등의 침체와 더불어 지역경제가 시들어 가는 것과 대조적으로 여수는 4, 5년째 호황을 누리고 있으며 향후 전망도 좋다”고 했다.

○ 통 큰 투자에 함께 웃는 협력사

희한하게도 정유사, 석유화학사들은 공장 가동을 중단해도 부가가치가 창출된다. 단순 중단이 아닌 대정비인 경우다. 여수산단의 정유화학사들은 3, 4년을 주기로 각 단위 공정의 가동을 중단하고 상태를 점검하는 대정비에 들어간다. 한 공정의 대정비에 평균 1, 2개월이 걸리는데 하루 평균 3000여 명이 투입되고 이들은 주로 협력업체에서 공급된다. 전선규 상무는 “여수산단의 경기는 공장 신설과 증설, 대정비로 결정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며 “여수산단에 있는 단일 공장이 50∼60개인데 1개씩만 돌아가며 대정비를 진행해도 매일 대정비의 수요가 있는 셈”이라고 했다.

협력사들의 성장으로 여수산단의 규모도 함께 커지고 있다. 여수산단에 입주한 업체는 2007년 222개에서 2010년 266개, 지난해에는 297개로 늘었다. 정비, 공장 신증설 시 GS칼텍스의 건설, 플랜트 등을 돕는 협력사도 다수다.

2000년 이후 18년 넘게 GS칼텍스와 손발을 맞추고 있는 대신기공은 GS칼텍스의 대정비만으로 연간 2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 대신기공의 김철희 대표는 “GS칼텍스의 공정 규모가 여수산단에서 가장 크기 때문에 정비, 기계, 배관 등 연관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막대하다”며 “MFC 증설에 따른 필요 장비 조달이나 건설 공사로 인한 일자리 창출로 여수시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GS가 발벗고 나선 ‘문화가 흐르는 여수’▼

GS칼텍스, 문화공간 1100억 투자
공연-전시공간 예울마루 이어 5월 창작 스튜디오 아틀리에 개관
시민들 문화생활-교육의 장으로

전남 여수시 망마산 자락에 위치한 복합 문화공간 ‘예울마루’. 사회공헌 활동을 위해 설립된 GS칼텍스재단이 여수시를 비롯한 전남 지역 문화예술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총 1100억 원을 들여 지었다. 여수=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저기 보이는 흰색 건물이 ‘창작 스튜디오’라고 이름 지은 아틀리에입니다. 올해 5월 개관하면 예울마루와 함께 여수 지역을 상징하는 복합문화공간이 될 것입니다.”

지난해 12월 13일 만난 GS칼텍스재단 사무국장은 전남 여수시 망마산 맞은편의 작은 섬 장도를 가리키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는 “문화와 예술의 불모지였던 이 지역에 예울마루가 생긴 뒤 여수가 확 달라졌다”며 “장도 조성 사업까지 완성되면 지역민들이 누릴 수 있는 문화생활이 훨씬 다양해질 것”이라고 했다.

장도에서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창작 스튜디오는 화가, 조각가, 공예가, 사진가 등 예술인들이 전시회를 열거나 작업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다. 예울마루와 창작 스튜디오를 해상 다리로 연결해 지역민과 예술인들이 함께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GS칼텍스재단은 콘서트, 공연, 전시 등을 진행할 문화예술공간이 변변치 않다는 지역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2012년 망마산 자락 70만 m²에 예울마루를 지었다. 현재 건설 중인 창작 스튜디오까지 총 1100억 원을 들여 지은 전남 최대 문화예술공간이다.

예울마루 덕분에 여수시민은 물론이고 광양시, 순천시 등 인근 지역민들까지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2012년 5월 개관 이후 2018년 11월까지 약 73만 명이 이곳을 찾았다. 대극장, 소극장에 더해 리허설룸까지 갖춘 예울마루에서는 연간 많게는 160회의 공연이 열린다. 지난해에도 뮤지컬 ‘시카고’를 비롯해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듀엣 콘서트,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등 화제를 모았던 다양한 공연이 펼쳐졌다.

예울마루는 여수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 교육의 장으로도 활용된다. 예울마루가 생긴 후 여수 시내에 유소년 오케스트라가 19개로 늘어났다. 영재 오케스트라 등 지역 예술단체들에는 리허설룸을 무상으로 대여해 주기도 한다. 김태은 여수상공회의소 차장은 “지역 인구 대비 서울시보다 유소년 오케스트라가 더 많은 지역이 여수”라며 “여수음악제처럼 여수만의 독자적인 문화예술 콘텐츠를 통해 관광도시로 도약하는 데 예울마루가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여수=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