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급 확대한다면서 인프라는 허술
하지만 A 씨는 주변의 만류에 결국 휘발유 승용차를 사기로 결정했다. 전기차를 구매한 이들은 한결같이 전기차 충전소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1만2000여 명이 상주하는 정부세종청사만 하더라도 전기차 충전소가 달랑 한 곳에 불과하다.
A 씨는 “급할 때 주유소처럼 쉽게 충전소를 발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충전 시간도 오래 걸려 결국 구입을 포기했다”며 “사람들이 많이 사지 않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1년 전국의 전기차 충전소는 33기였다. 지난해 11월 기준 전기차 충전소는 3797기로 7년 사이 115배로 늘었다. 반면 전기차 판매대수는 같은 기간 338대에서 5만4000여 대로 160배가량 증가했다. 이 때문에 충전기 1기당 전기차 대수는 2011년 10.2대에서 지난해 14.2대로 전기차 증가 속도를 충전기 보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전기차 충전기는 2015년 337기에서 2016년 625기로 껑충 뛰었다. 이때부터 한국전력공사가 충전기 보급 사업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한전이 나서지 않았다면 전기차와 충전기의 보급 격차는 더 벌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전기차 충전소의 지역 간 편차도 전기차 구매의 기피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서울에는 충전소가 341곳 있다. 이는 제주(454곳)보다 적다. 강원 고성군과 양구군에는 충전소가 각각 1곳밖에 없다. 강원지역 전체 충전소는 308곳에 불과해 전기차로 강원도 여행을 가는 것조차 불안하다. 전국 충전소의 위치는 환경부가 운영하는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환경부가 2600명을 대상으로 전기차 불편 요인을 조사한 결과 55.8%는 충전기 부족을 꼽았다. 충전기 사용 시 불편 요인으로는 긴 충전시간(46.3%)이 압도적 1위였다. 현재 급속충전소 이용 시 ‘레이’는 20분, ‘아이오닉’은 30∼40분, ‘니로’는 1시간가량 걸린다. 완속충전소를 이용한다면 차량에 따라 4시간에서 최대 8시간까지 걸린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지난해 말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전기차를 2022년까지 43만 대로 확대하겠다고 보고했다. 4년 만에 현재의 8배가량으로 전기차를 늘리겠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우체국이나 공공도서관, 경찰서 등에 충전소를 확대할 방침이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