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가보니
지난해 12월 26일 경기 수원시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융기원)에서 융기원 관계자가 ‘리빙랩 플랫폼’ 기술을 경기도 공무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이날 소개된 것들은 융기원이 자체 연구개발한 핵심 기술이다.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제공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융기원)에서 재난안전 연구 분야 발표가 진행됐다. 발표에 집중하던 경기지역 과학기술 담당 공무원 10여 명은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도 했다. 호기심 많은 공무원은 질문을 던졌다. 융기원은 차세대 성장엔진의 핵심인 융합기술 개발을 위해 경기도와 서울대가 설립한 공동법인으로 국내 최초의 융합기술 전문 연구기관이다.
공무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것은 융기원이 자체 개발한 ‘그래핀 섬유센서’다. 차세대 첨단소재로 주목받는 그래핀 섬유를 이용해 체온과 유해가스를 실시간 감지하는 기술이 적용됐다. 융기원 박상윤 박사 연구팀이 2017년 산학연 공동연구를 통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융기원은 이 기술을 더 발전시키면 최근 일산화탄소 누출로 10명의 안타까운 사상자를 낸 강릉 펜션 참사 같은 사고를 미연에 막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섬유센서가 저장된 옷을 입고 있다면 가스가 새도 바로 알아차려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음성인식과 무선통신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 소방헬멧’도 눈길을 끌었다. 음성인식 기반의 핸즈프리 무선통신이 가능한 구조대원용 소방헬멧이다. 응급상황에서 헬멧으로 무선통신을 하며 양손 작업이 가능하다. 화재나 건물 붕괴 같은 긴급한 현장에서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발표가 끝나자 공무원들은 융기원 1층 연구사무실로 옮겨 가로 9m, 세로 3m의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화면으로 ‘공공융합플랫폼’ 시뮬레이션을 직접 체험했다.
공공융합플랫폼은 경기도의 공공데이터와 융기원 기술을 접목해 안전, 환경, 재난 등의 사회문제 해법을 연구개발하는 시스템이다.
공공융합플랫폼 연구를 이끄는 융기원 이태린 박사는 인공지능(AI)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컴퓨터 비전 기술’을 선보였다. 컴퓨터 비전기술 시연에서 이 박사가 LED 화면으로 다가가자 곧바로 ‘이태린’이라고 화면에 써졌다. 공무원들이 소지한 휴대전화와 넥타이까지 척척 컴퓨터가 인지해내자 감탄사가 쏟아졌다. 안면인식과 사물인식을 하는 것이다. 이 기술은 자율주행자동차 시스템에 활용되는데 자동차와 주차장, 사람, 도로 등을 컴퓨터가 이해하고 피드백을 한다.
이 박사는 “융기원 핵심 기술들이 집약된 이 플랫폼은 자체 개발한 최초의 플랫폼으로 다양한 분야와 협업해 고도의 플랫폼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도민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 데 앞장서는 공공 서비스 혁신을 선도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경진 기자 lk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