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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학생·미취학 아동 손해배상 땐 ‘장래 가능성’ 감안해야”

입력 | 2019-01-03 06:07:00


 학생이나 미취학 아동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향후 ‘진로 가능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항소심 법원 판단이 나왔다.

다양한 직업 선택의 가능성이 있는 학생이나 아동에 대해 성인 무직자와 동일하게 일괄적 기준으로 손해배상을 위한 기대수익을 산정하는 방식은 너무 엄격하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7부(부장판사 김은성)는 교통사고 피해자 한모씨가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 연합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손해배상액을 2905만2579원으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3272만4054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사고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한씨에 대해 다양한 진로 가능성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그가 향후 도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할 것을 상정해 손해배상액을 계산하는 것은 불합리한 점이 있다고 판단했다.

한씨는 지난 2010년 5월29일 서울 성동구 한 횡단보도에서 주행 중인 택시에 치어 안와골절 등 상해를 입었다. 사건 당시 한씨는 10세에 불과했다.

이후 한씨가 2016년 11월 사고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하면서 이 사건 소송이 시작됐는데,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진학을 하게 됐고 2심이 종결될 당시에는 전문대 순수미술학과에 다니고 있었다고 한다.

1심은 당시 초등학생이던 한씨의 손해배상액을 도시일용노임으로 기준으로 삼아 계산했다. 즉, 한씨를 육체노동자로 상정해 배상액을 산정한 것이다.

또 정년을 60세로 보고, 한씨가 20~60세까지 육체노동을 했을 때의 기대수익을 토대로 손해배상액을 2905만2579원으로 산정했다.

하지만 2심은 “이미 성년에 달한 자로 장기간 무직자였던 사람과는 달리 청소년인 피해자는 변호사나 공인회계사가 될 수 있고, 연봉을 수억원 받는 CEO가 될수도 있었다”면서 원심의 손해배상 계산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한씨는 불법행위로 인한 생명, 신체의 손상으로 장래의 가능성을 상실했을 뿐만 아니라 별 잘못 없이 피해만 당했음에도 무직자와 마찬가지로 평생 보통 인부의 도시일용노임에 상당하는 수입만을 올렸을 것이라는 평가로 재단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씨가 전문대에 진학했음을 고려해 이 사건의 경우 “한씨는 전문대졸, 전경력, 전체근로자의 통계소득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일을 할 수 있는 나이(가동연한) 또한 현행 육체 노동자 기준인 60세가 아닌 65세라고 보고 손해배상액을 3272만4054원으로 증액했다.

이는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전문자격이 당연히 예상되는 일부 특수 학과 고학년에 재학 중인 대학생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일용직 노동자 임금을 적용해왔던 종전 법원의 판단 방향에 의문을 제기한 판결이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당사자인 학생과 미취학 아동의 경우 장래 가능성을 상실하게 됐다고 볼 수 있으므로, 성년 이후 일정한 직업이 없이 지냈던 사람들과 동일시했던 종전 기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먼저 재판부는 ‘학력별 평균소득’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중학교까지는 의무교육인 이상 “중학생 이하 모든 피해자는 적어도 중졸자의 통계소득은 올릴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고교생 이상의 경우에는 고졸자·전문대졸자·대졸자의 통계소득을 함께 반영하고, 전문대졸자는 전문대 졸업자와 4년제 편입률을 반영한 대졸자 통계소득을 반영, 대졸자는 해당 학력별 통계소득을 반영해야 하며 기술·자격 관련 전공은 해당 직종 종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장래 다양한 가능성을 포섭할 수 있다는 전제 위에 학생의 경우에는 학력별 평균소득에 기초한 손해배상액 산정을 위한 경력 기준을 1년이 아닌 ‘전체’로 놓고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또 성별에는 차등을 두지 않고 ‘전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둬야 한다고 제시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