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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창고’ 왼쪽 풀백, 벤투는 문제를 풀어야한다

입력 | 2019-01-03 14:42:00

또 다시 왼쪽 풀백이 두통을 유발시키고 있는 모양새다. © News1


축구대표팀 왼쪽 측면수비 자리에 저주라도 걸린 것일까. 좀처럼 꼬인 실타래가 풀리지 않으면서 사령탑들의 머리를 아프게 하고 있다.

확실한 측면 수비자원이 부족하다는 것은 한국 축구대표팀의 꽤 오래된 숙제다.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이 센터백 장현수를 한동안 풀백으로 기용한 것은 그만큼 마땅한 인재가 없었다는 방증이다.

좌우가 모두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이용이 버티고 있는 오른쪽은 낫다. 이용의 백업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불안요소이나 적어도 이용은 확실한 카드다. 그에 비해 왼쪽 풀백은 무주공산 느낌이다.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신태용 감독이 가장 크게 한숨을 쉬었던 장소 중 하나가 왼쪽 수비수의 부재였을 정도다.

선발 선수를 발탁하는 과정도 어려움을 겪었는데 본선에서도 사고가 발생했다. 스웨덴과의 1차전에 선발 출전했던 박주호가 경기 중 부상을 당하면서 낙마했고 이후 홍철로 어렵사리 버텼다. 굿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인데, 감독 입장에서는 마냥 우습게 들릴 일도 아니다. 이제 그 고민을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어받은 모양새다.

59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큰 뜻을 품고 대회가 열리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머물고 있는 축구대표팀이 결전의 땅 두바이에 입성했다. 지난달 23일부터 아부다비에서 현지 적응훈련을 진행한 대표팀은 3일 오전 두바이로 이동, 필리핀과의 조별리그 1차전(7일)을 준비할 예정이다.

이제부터 실전모드다. 경기를 사나흘 남겨둔 시점이라 지금부터는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보다는 지금까지 준비한 것을 단단히 하고 동시에 선수들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맞물려 왼쪽 측면수비자원들의 몸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관심이 향한다.

벤투 감독은 지난 1일 아부다비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최종 평가전에서 의외의 선택을 내렸다. 부임 후 치른 6경기에서 모두 4백 수비라인을 가동했던 벤투 감독은 이날 스리백 카드를 꺼냈다. 틀을 바꿨다는 것, 왼쪽 윙백으로 공격력이 뛰어난 황희찬을 썼다는 것, 수세 시 4백으로 전환될 때 왼쪽 풀백 역할을 맡은 인물이 권경원이었다는 것 등 일반적인 선택들과는 거리가 있었다.

벤투 감독의 복안을 모두 헤아리긴 어렵다. 극단적인 수비전술로 나올 필리핀이나 키르기스스탄에 대비하기 위한 변칙카드일 수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고육책의 인상도 보였다. 왼쪽 수비자원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 탓에 내린 임시방편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대회에 나서는 23명의 엔트리 중 왼쪽 측면수비 자원은 홍철과 김진수다. 벤투 감독의 표현에 따르면, 홍철이 1옵션이고 김진수가 차선이다. 하지만 현재 두 선수의 몸 상태가 완전치 않다는 전언이다.

홍철은 한국을 떠나기 전에도 몸에 부상이 있었다. 김진수도 큰 부상에서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이다. 대표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지금은 호전됐을 수 있으나, 적어도 사우디전 때에는 두 선수 모두 완전치 않았다. 뛰면 뛸 수 있었겠으나 무리할 상황은 아니었다”고 귀띔했다.

관계자 말처럼 회복이 돼 탈 없이 왼쪽 측면을 맡아준다면 가장 좋은 시나리오겠으나 계속해서 여의치 않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부상 재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러시아 월드컵 때처럼 1명이 아예 낙마를 한다면 감독의 선택은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수년간 대표팀 감독들을 괴롭혔던 왼쪽 풀백 적임자 찾기에 대한 고민을 이제 벤투 감독이 하고 있다. 59년 묵은 한을 풀기 위해서는 악재를 이겨내고 현명한 답을 찾아야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