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저가 마케팅 시대
원재료 가격이 상승했지만 가격을 그대로 두고 중량을 올리는 마케팅도 나오고 있다. 사실상 가격을 낮추는 셈이다. 오리온은 3일 간편식인 ‘마켓오 네이처 오!그래놀라’ 3가지 종류를 가격 변동 없이 양은 10% 늘린다고 밝혔다. 오리온 관계자는 “맛있고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다는 정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마케팅이 등장하는 건 불황에 주머니가 얇아진 사람들이 늘어나서다. 실제로 물가에 예민한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매년 하는 할인행사가 주목을 받기도 한다. 최근 한 온라인카페에서는 한솥도시락에서 1월에 도시락 가격을 할인한다는 글이 확산됐다. 월요일엔 한솥도시락의 주력 상품인 치킨마요의 가격을 2900원에서 2400원으로 할인한다는 내용이었다. 한솥도시락은 이 같은 할인행사를 매년 해왔다.
● 경영 어려움 타개에도 할인 마케팅
불황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업체들도 할인 마케팅으로 손님잡기에 나서고 있다. 박리다매를 하는 셈이다. 지난달 말 남편과 집 근처에 있는 서울 강서구 계절밥상 강서홈플러스점을 찾은 주부 이모 씨(32·여)는 깜짝 놀랐다. 이 매장이 지난달 31일을 끝으로 문을 닫아서다. 매장 입구 입간판에는 “인근 매장에 이 입간판을 찍은 사진을 가지고 오면 50% 할인(3명 이상일 때 고객 1명에게만 해당)을 해준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대기업인 CJ푸드빌이 운영하는 계절밥상은 강서홈플러스점 같은 마케팅을 지난해 말 폐점한 11개 점포에서 하고 있다. 계절밥상은 인건비 상승 등의 이유로 지난해 점포 수를 대거 줄였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또 다른 프랜차이즈 빕스는 이달에 ‘샐러드바 2019원’ 행사를 벌인다. 점심시간에 성인 3명이 가서 빕스 홈페이지에 있는 이미지를 제시하면 한 명의 샐러드바 이용가격을 2019원만 주면된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불황으로 할인 이벤트가 일상이 될 정도로 많아지고, 할인 폭이나 내용도 소비자 주목을 끌기 위해 점점 과감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황성호기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