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각료회의서 공개 비판… 시리아 미군 철수 시기 언급 안해
“새해 첫 각료회의는 대통령직과 세계관에 대한 95분간의 아무 말 대잔치(stream-of-consciousness defense)였다.”(2일 워싱턴포스트·W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올해 첫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험담과 막말, 자기자랑을 늘어놓으며 새해의 포문을 열었다. 셧다운 사태가 장기화되고 새해부터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한 가운데 시리아 철군 등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방어기제가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벌써부터 민주당 대선 후보가 출사표를 내는 상황에서 정책적 실패 비난을 극복하고 지지세를 모으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이날 WP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 전 기자들에게 최근 시리아 미군 철수에 반대하며 물러난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을 거론하며 “매티스가 나를 위해 한 일이 뭔가. 그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어떻게 했나. 별로 좋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매티스 전 장관에 대한 공개 비난은 최근 시리아 정책에 대한 미국 내 반발 기류를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1일 트위터에 시리아 철군과 관련해 자신을 비판한 스탠리 매크리스털 전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사령관에 대해 “오바마 정부 때 개처럼 잘린 인간”이라며 막말을 퍼붓기도 했다.
다만 이날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시리아 주둔 시기와 관련해 “내일 당장 나간다고 말한 적이 없다”며 “일정 기간 천천히 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2일 AFP통신은 시리아 북부에서 쿠르드족 병력이 철수하고 알카에다 잔존 세력이 다시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고 전했다.
집권 3년 차에 접어든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중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2020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때리기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공화당에서도 상원의원으로 복귀하는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언론 기고를 통해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등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이 때문에 이날 각료회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방어를 펼치는 장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문제뿐 아니라 국경 장벽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데 상당 시간을 할애했으며 “나를 공화당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대통령이라고들 한다”며 자기자랑도 잊지 않았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회의를 행정부 내부 토의장이 아니라 특이한 각료회의를 상연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한 목적으로 염두에 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