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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자사고 없애려고 평가지표까지 바꾼 교육당국

입력 | 2019-01-04 00:00:00


올해 전국 자율형사립고의 절반이 넘는 24곳이 재지정 평가를 받는다. 5년마다 이뤄지는 이번 평가를 앞두고 교육부와 10개 시도교육청이 평가지표를 대폭 바꾸거나 강화한 것으로 밝혀졌다. 재지정 평가를 통과하려면 기준 점수가 과거보다 10점이 오른 70점을 넘어야 한다. 전북도교육청은 이를 80점까지 올렸다. ‘학교 구성원 만족도’같이 자사고에 유리한 지표들은 배점을 낮춘 반면 불리한 지표들은 배점을 높였다. 서울자사고연합회는 “이런 지표대로라면 기준 점수를 넘을 자사고가 거의 없다”며 “자사고 지정이 취소되면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반발했다.

이 정부 들어 교육부와 교육청이 손발을 맞춰 자사고 폐지를 강행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데다, 지난해 6월 대거 당선된 진보교육감들이 “대표적인 교육적폐”라며 자사고 폐지를 압박하고 있어서다. 자사고가 우수 학생을 독점하고 고교를 서열화시켜 일반고에 열패감을 준다는 이유다.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세워진 자사고를 일방적으로 폐지할 권한이 없는 교육당국은 일반고와 동시선발로 자사고 지원자의 고교 선택권을 제한하거나 평가지표를 강화해 탈락시키겠다고 한다. 더욱이 자사고 재지정 여부는 8월 고교입학전형 확정 직전에야 결정돼 중3 학생과 학부모들은 막판까지 혼란을 겪게 됐다. 자사고와 일반고의 동시 선발을 밀어붙였다가 뒤늦게 헌법재판소에서 제동이 걸려 고입 전형에 차질을 빚었던 지난해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

2002년 김대중 정부는 획일적인 고교 교육을 보완한다는 취지로 자립형사립고를 도입했고 현재 자사고의 뿌리가 됐다. 전국에 일반고는 1550여 곳, 자사고는 42곳뿐이다. 일반고의 2.7%뿐인 자사고가 공교육의 붕괴를 가져왔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일반고에 비해 교과를 잘 가르치고 비교과 프로그램은 다양하기 때문에 자사고를 선호한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결과적으로 자사고 선호로 이어진 것이지, 자사고가 공교육을 망가뜨린 것이 아니란 뜻이다. 그런데도 교육당국이 일반고 몰락의 책임을 자사고에 돌리는 것은 스스로 무능함을 자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자사고를 없앤다고 일반고가 좋아지는 것도 아닌데, 하향평준화를 강제하는 발상에 학생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