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계류 의료법개정안 쟁점 통해 본 ‘임세원법’ 과제
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의료계 신년하례회’에서 참석자들이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숨진 임세원 서울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뉴스1
병원 내 참극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보다 강력한 처방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다만 ‘임세원법’의 각론으로 들어가면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의료진 사이에선 청원경찰 배치나 비상벨 설치, 경찰과의 핫라인 마련 등은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진료를 위한 일대일 면담 도중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의료계에선 병원 입구에 금속탐지기를 설치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흉기 반입을 애초 차단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일각에선 “환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의료진과 환자 간 신뢰관계가 깨질 수 있다는 얘기다.
금속탐지기 설치나 청원경찰 배치 등과 관련해선 누가 비용을 부담할지도 쟁점이다. 청원경찰법에 따르면 청원경찰 배치는 의료기관에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반면 대한병원협회나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 단체는 “의료기관 내 폭력 등 불법행위를 막으려면 의료기관의 자체 노력만으로는 어려운 만큼 국가의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의료진 폭행 시 처벌을 강화하고 심신미약 감경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을 두고도 찬반이 엇갈린다. 이미 발의된 의료법 개정안에는 벌금형 삭제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의료계는 “운행 중인 자동차 운전자를 폭행하면 가중 처벌하듯 의료 현장에서의 폭행은 다른 환자의 건강권까지 침해하는 만큼 더욱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법무부는 “과중한 처벌이나 심신미약 감경 배제는 법관의 양형 결정권을 지나치게 제한할 수 있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은지 kej09@donga.com·조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