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 前사무관 폭로 파장]文정부 ‘김동연 패싱’ 거듭 제기
응급실로 이송되는 신 前 사무관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문자메시지를 남기고 잠적했던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3일 오후 1시경 119 구급대원에 의해 서울 동작구 보라매병원 응급실로 이송되고 있다. 신 전 사무관은 잠적 4시간 만에 서울 관악구의 한 모텔에서 발견됐다. 한국일보 제공
신 전 사무관은 이날 오전 7시경 친구에게 “요즘 일로 힘들다” “행복해라” 등 자살을 암시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잠적했다. 그는 이어 모교인 고려대 커뮤니티 ‘고파스’에 ‘마지막 글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그간의 경과와 본인의 심경, 자살을 시도 중인 과정 등을 알렸다.
신 전 사무관의 지인 등이 글을 보고 신고해 이날 낮 12시 40분경 경찰이 서울 관악구의 한 모텔에서 그를 발견했다. 경찰 관계자는 “목에 헤어드라이어 줄을 감은 것으로 추정되는 피멍이 있었지만 맥박 등 건강상 이상은 없었다”고 말했다.
신 전 사무관은 정부 내 정책결정 과정의 문제에 대해서도 재차 지적했다. 그는 “원칙상 행정부 서열 3위인 (김동연) 부총리가 대통령 보고를 원하는 대로 못 들어가고 있는 게 문제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30일 고파스와 이달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도 같은 문제를 꼬집었다. 김 전 부총리가 적자국채 발행 건으로 청와대에 대통령 월례보고를 요청하자 청와대가 “대통령 보고가 필요 없다. 이미 (적자국채를 발행하는 것으로) 결정돼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돼 되돌릴 수 없으니 기존 계획대로 발행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독대 보고 외에도 국무회의나 대통령 주재 행사, 해외 순방 등을 통해 대통령과 충분히 소통했다”고 해명했다. 또 국채 상환 취소와 적자국채 발행 시도 등 겉으로 나타난 결과는 맞지만 논의 과정에 대한 왜곡이 있었다고 반박했다.
법조계에서는 기재부가 신 전 사무관을 공무상 비밀누설을 이유로 고발한 데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 법원은 비밀 자체를 보호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비밀 누설 시 국가의 기능이 위협받는 정도에 초점을 맞춘다. 한 부장검사는 “1998년 ‘옷값 대납 사건’의 검찰 내사 결과 보고서가 유출됐을 때에도 공무상 비밀누설죄는 성립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신 전 사무관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자신을 외면했다고 한 데 대해서도 오해가 있었다고 대신 사과했다.
신 전 사무관의 부모도 이날 사과문을 통해 “본인이 옳은 일이라 생각하고 나선 일이 생각보다 너무 커져 버렸다”며 “국민 여러분이 이해해 주시기를 부탁한다”고 했다.
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 / 윤다빈 / 세종=김준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