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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길, 유럽-美 등 제3국 망명 유력… 한국行은 힘들듯

입력 | 2019-01-04 03:00:00

부부 함께 공관 이탈, 伊서 은신… 하나 있는 아들 행방은 안알려져
유럽 망명땐 북한의 추적 힘들어 北정보 탐내는 미국행 선택할수도




‘제3의 서방국가’로 망명을 희망했다고 알려진 조성길 주이탈리아 북한대사관 대사대리의 거취를 놓고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잠적한 조 대사대리와 가족이 현재로선 익숙한 이탈리아 또는 유럽 지역에 잔류하거나 신변 보호와 일정 부분 생계가 보장되는 미국을 택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정보당국과 정부는 일단 로키를 유지하면서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한국으로의 망명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2016년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 망명 때와는 달리 남북관계가 무르익은 상황에서 망명을 수용할 경우 향후 비핵화 프로세스에 미칠 파장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가정보원은 3일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을 만나 “조 대사대리 부부가 함께 공관을 이탈했으며 이탈리아 현지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했다고 정보위원들이 전했다. 슬하에 아들 하나가 있지만 함께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또 다른 대북 소식통은 “우리 정보당국이 이탈리아 현지에서 대사관 동향을 추적해 오다 조 대사대리가 잠적하기 직전부터 놓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추적에 실패한 뒤 망명 신청 첩보도 언론보도가 나기 직전 인지했다는 후문도 있다. 국정원은 신변 안전 등을 이유로 추가 확인을 거부하고 있지만 정보위 위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조 대사대리 측에서)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국과 접촉을 안 했다”며 한국으로의 망명 신청은 애초부터 없었다고 밝혔다.

현재로선 조 대사대리 부부가 유럽 지역이나 미국을 포함한 북미 지역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태 전 공사는 이날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조성길 본인 결심에 달렸다. 잠적한 지 한 달 이상이 흘렀는데 한국행을 결심했다면 우리 정부 관계자들이 접촉했을 것이고, 한국행이 아니라면 이탈리아나 유럽에서 신변 보호를 받으면서 머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또 “김정은 국무위원장 체제가 들어선 후 최근 유럽에서의 망명이 부쩍 늘었다”며 “유럽으로 망명할 경우 북한에서 찾는 것도 힘들다”고 귀띔했다. 2015년경 이탈리아에서 북한의 외화벌이 기관인 당 39호실 소속 김명철 지사장이 망명해 이탈리아에 남았다는 전례도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서 어떻게 나올지도 조 대사대리의 향방을 결정할 변수 중 하나다. 조 대사대리가 갖고 있을 밀수 및 본국으로의 식량 조달, 일부 핵 관련 정보를 미국이 탐낼 수도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캐나다로 망명 다리를 놓은 뒤 북한과의 상황이 달라지면 미국으로 데려올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박효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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