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기술 굴기’라는 말이 수년째 유행할 정도로 중국 기술의 부상은 익숙하다. 신년 초부터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 뒷면 무인착륙 임무를 성공시켰고, 세계 최대 입자가속기를 짓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까지 중국은 ‘첨단’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었다. 국가가 주도하고, 연구자의 수나 투자의 양으로 승부할 수 있는 거대과학 분야에 국한된 성과라는 인식이 컸다. 학술 연구 부문에서는 연구윤리를 지켰는지 등 기초적인 진실성부터 의심하는 사람도 많았다.
일본 문부과학성 과학기술학술정책연구소가 펴낸 ‘과학기술지표2018’ 보고서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다. 2014∼2016년 중국이 낸 과학 분야 세계 상위 10% 논문 수와 1% 논문 수는 모두 미국에 이어 2위이다. 불과 10년 전 5, 6위였던 데 비하면 정말 급격한 발전이다.
이런 분위기는 현장에서도 감지된다. 최근 국제 학회에서 중국의 도약을 대세로 인정해야 한다고 고백하는 학자가 많아졌다. 자기 분야 최고 학자를 묻는 질문에 중국 학자를 거론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칭화대나 중국과학원 등 중국의 몇몇 대학과 연구기관은 이름만으로도 위압적인 존재가 됐다. 최근 1, 2년 사이에 학술지 ‘사이언스’나 ‘네이처’에 게재한 논문에서 실제로 연구를 주도한 제1저자가 중국인 학생인 경우가 부쩍 늘었다. 현재는 미국 대학에 소속돼 미국의 성과로 잡히지만, 몇 년 뒤 이들이 중국에서 활약하며 펼칠 ‘차이나 사이언스’는 세계 과학계를 주도할 게 분명하다.
한국은 그간 중국의 기술 추격을 걱정해 왔지만, 그 근간이 되는 중국 과학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우리보다 앞선다고 여기던 일본만 겨냥해 따라잡자고 했다. 반면 일본은 일찌감치 중국을 주시해 왔다. 세계 과학계 판도가 크게 바뀌고 있다. 우리만 이런 흐름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할 때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