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이탈리아 북한대사 망명]조성길 대사대리는 누구
망명을 타진 중인 조성길 주이탈리아 북한대사관 대사대리가 지난해 4월 열린 대사관 행사에서 연설문을 읽고 있다. 뉴시스
○ 3개 언어 능통한 ‘외교 금수저’
3일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와 정보당국에 따르면 조 대사대리의 부친은 1980년대 아프리카 국가의 대사를 지냈고 2000년 사망했다. 장인은 리도섭 전 주태국 대사다. 리도섭은 외무성에서 우리로 치면 의전국장 자리를 오래 맡았으며, 김일성 정권 때 정상 행사를 관리했다. 주홍콩 총영사도 거쳤다. 이들 외교 사돈 집안은 나란히 고려호텔 옆에 있는 평양의 외무성 아파트에서 살았는데, 이는 평양에서 손꼽히는 고급주택이다. 조 대사대리의 아내는 리광순이며 평양의과대학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태 전 공사는 “조성길 장인하고 저는 오랫동안 같이 근무했다. 조성길은 저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경제력과 가문이 좋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조 대사대리는 영어뿐만 아니라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에도 능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사대리와 친분이 있던 태 전 공사는 이날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조성길은 유럽에 오래 있었던 인물이다.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에 능숙하고 똑똑하다”고 했다. 망명 배경에 대해서는 “북한에서는 모두 충성도 높은 것처럼 행동하니까 (속내를) 알 수는 없다. 다만 김정은 체제에 대한 염증과 자유에 대한 갈망, 그리고 자녀의 미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 조성길 ‘신년사 소파’ 조달했나
조 대사대리는 북한의 외화벌이 기관인 노동당 39호실의 유럽지국 총책임자였던 김명철이 2015년경 이탈리아로 망명한 후 그를 대신해 당의 유럽 자금총책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외화벌이에 나서는 한편 평양 지도층으로 가는 사치품과 밀수품 조달에 매달렸다는 것이다. 앞서 김 위원장이 절친인 미국프로농구(NBA) 출신인 데니스 로드먼과 함께 탔다는 영국제 호화 요트도 이탈리아를 거쳐 평양으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밀수품엔 고급 와인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제 고급 가구 등도 포함된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일도, 김정은도 사무실 내부 인테리어를 보면 이탈리아식이다. 이번 신년사도 (노동당 본청) 접견실에서 했는데 가구들을 보면 이탈리아제와 유사하다”고 했다.
황인찬 hic@donga.com·홍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