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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北대사관 직접 가보니… 인기척 없고 초인종 눌러도 응답없어

입력 | 2019-01-04 03:00:00

정문 옆 게시판 홍보사진 모두 치워져




3일(현지 시간) 동아일보 특파원이 찾아간 주이탈리아 북한대사관에는 인기척이 없었다. 대문 안쪽 정원에 차량 2대가 주차된 것이 보여 사람이 있는 듯했지만 초인종을 눌러도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로마=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3일 오전 이탈리아 로마 도심에서 약 10km 떨어진 에우르(EUR) 지구 주택가. 이곳에 위치한 이탈리아 주재 북한대사관 주변에는 적막감만이 감돌고 있었다. 망명 신청을 한 조성길 북한대사대리가 지난해 11월까지 근무했던 이곳엔 오가는 행인도 드물 정도였다.

500평(약 1652m²)은 족히 될 법한 넓은 대지에 자리 잡은 북한대사관은 겉모습만 봐서는 오래된 요새처럼 보였다. 대문 옆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사관’ 문양을 제외하곤 이 집의 정체가 대사관임을 알 수 있는 흔적이 많지 않았다. 대사관이면 으레 걸려 있어야 할 북한 국기도 찾기 힘들었다. 북한 관련 홍보 사진을 거는 용도로 사용되는 게시판도 대문 옆에 있었지만 기자가 방문한 이날은 아무런 게시물 없이 하얀 종이 바탕만 남아 휑한 모습이었다.

수풀과 철조망으로 어지러이 뒤덮인 높은 담장 너머로 3층짜리 대사관 건물이 일부 보였다. 애써 들여다보려고 이리저리 돌아봤지만 내부를 확인하긴 어려웠다. 대사관 마당 차고에는 근무자들이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승용차 한 대와 대형 밴 한 대, 총 2대의 외교차량이 주차돼 있었다. 초인종을 눌러봤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인기척도 느끼기 어려웠다.

북한대사관은 이곳 주택가에 위치한 유일한 관공서에 해당한다. 과거 사회주의 동맹이었던 동유럽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유럽의 북한대사관들은 높은 임대료 때문에 대사관들이 모여 있는 수도 도심의 외교가가 아닌 외곽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다.

현지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2000년 1월 북한이 이탈리아와 수교를 맺은 후 북한은 로마 테르미니역과 멀지 않은 시내에 대사관을 마련했지만 비싼 임대료를 내지 못해 수년 전 이곳으로 이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보통 별도의 관저를 두는 대신 대사관 내에서 대사와 직원이 모두 숙식하곤 한다. 이탈리아 대사관도 마찬가지다.

이곳 주민들은 “대사관 직원의 망명 소식은 처음 듣는다”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60대 주민은 “북한 사람들이 가끔 왔다 갔다 하긴 하지만 조용히 지낸다”며 “여자들도 몇 명 있는 걸 보니 가족도 나와 있는 것 같지만 최근에는 별로 안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4, 5년 전 대사관이 이사를 오면서 집기를 나르는 것을 봤지만 별다른 왕래가 없었다”며 “대사관에 거주하는 것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 3, 4명이 종종 청소하기 위해 문 밖으로 나오기도 했지만 그들은 이탈리아어를 못 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현재 이곳 이탈리아 주재 북한대사관에는 총 4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17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대사가 쫓겨나면서 활동은 더욱 움츠러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평창 겨울올림픽 이후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유럽 다수 국가에서 대부분의 남북 대사들은 서로 행사장에서 만나거나 인사를 나누며 화기애애하게 지내왔다. 하지만 대사가 주재하지 않았던 이탈리아 대사관 직원들은 별다른 적극적인 활동을 꺼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로마=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 구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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