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학자들의 기후 변화 예측
지난해 12월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가까이 떨어지는 등 한파가 찾아왔다. 경기 양주시의 한 눈썰매장 나무에 뿌린 물이 얼어 붙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지난해 말부터 새해 첫날인 1일까지 한파가 닥쳤다. 기후변화가 가속화된다는데 이상하게 겨울마다 갑작스러운 추위(한파)는 빠지지 않고 찾아온다. 실제로 미래에는 ‘따뜻한 겨울’이 늘어나지만, 극한기후로 분류되는 한파 발생일수는 거의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더구나 한파가 발생하는 패턴이 불규칙해지면서 피해는 오히려 지금보다 더 커질 수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허창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온실가스를 현재 상태로 계속 배출할 경우(기후변화시나리오(RCP) 8.5),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돼 21세기 후반(2065∼2095년)에 20세기 후반(1975∼2005년)보다 영하의 날씨를 보이는 날이 해마다 수 일∼수십 일 줄지만, 한파 횟수는 평균 1회 감소해 거의 변화가 없을 것이란 연구 결과를 지난해 6월 국제학술지 ‘대기’에 발표했다.
기상청은 해마다 10월에서 이듬해 4월까지 아침 최저기온이 전날보다 10도 낮아지면 한파주의보를, 15도 이상 떨어지면 특보를 발령하고 있다. 기상청 관측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서 해마다 10회 안팎의 한파가 발생한다. 허 교수는 “21세기 말에 지구온난화로 영하의 날씨가 줄고 평균 기온이 올라 따뜻한 겨울이 될 것으로 예측됐지만, 한파는 지금과 거의 다를 바 없이 9∼10회 찾아온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기후학자들은 한파와 폭염, 홍수 등 극한기후를 보다 거시적인 대기권의 움직임과 연관지어 생각한다. 예를 들어 북극과 남극의 고층 바람의 이동 패턴이 변하는 현상을 극진동(AO)이라고 하는데, 극진동이 변하면 북극의 찬 기운이 위도가 낮은 한반도 부근까지 내려와 한파를 불러일으킨다. 극진동은 수 년에서 수십 년 간격으로 변하며 따뜻한 겨울이 될지, 추운 겨울이 될지를 결정한다. 겨울철에 발생하는 한파 중 30% 정도가 북극진동 때문에 더 맹렬해진다.
매든줄리언진동(MJO)은 열대지역의 대류권 하층에서 발생한 상승기류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이다. 40∼50일 주기로 발생한다. 지구온난화로 MJO의 이동이 다소 정체되면서 한반도를 포함한 전 지구 기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콜로라도대 제공
그런데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해 열대 지역의 MJO 패턴이 크게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에릭 멀로니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대기과학과 교수팀은 여섯 가지의 기존 기후모델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MJO의 대류현상이 점차 축소돼 일부 지역에 머무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해 12월 27일 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대류권 상층에서 우선적으로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지표면과의 기온 차가 줄어들고 이 때문에 MJO의 대류현상이 감소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 결과대로라면 MJO가 이동하지 못하고 처음 발생한 위치인 인도양에 정체돼 한파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김주완 공주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MJO나 북극진동 등의 대규모 대기 순환으로 인해 어떻게 한파가 찾아오는지 알기 위해 연구 시기를 더 짧게 세분한 대기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호 동아사이언스 기자 tw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