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동아일보 DB
최근 어린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액체 괴물(슬라임)’ 완구에서 다량의 생식·발달 독성 물질인 ‘붕소 화합물’이 검출됐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를 규제할 만한 기준치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이기영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액체 괴물에서 검출된 독성 물질) 붕소에 지속적으로 노출 시 생식 기능의 저하를 일으키며, 임신을 하더라도 기형이 발생될 수 있다"라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이 교수는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30개의 액체 괴물 제품을 무작위로 구입해 이 안에 들어 있는 붕소 함량을 분석을 했다"라며 “이 중에서 25개 제품에서 유럽의 기준을 초과하는 제품이 있었으며, 가장 높은 제품은 유럽 기준치의 7배 이상이었다"라고 밝혔다.
붕소 화합물은 생식·발달 독성 물질이기에 프랑스와 캐나다 등 선진국들은 어린이들이 이 물질에 반복적으로 노출돼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액체 괴물에 다량의 유해 성분이 포함됐다는 지적이 나온 것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됐던 ‘CMIT, MIT’라는 물질이 액체 괴물에서 검출된 바 있는데,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부터 장난감에 이런 물질 사용이 금지됐다. 또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가 일부 제품에서 검출된 적이 있으며, 환경 호르몬으로 알려진 프탈레이트라는 물질은 기준치의 300배 이상 검출된 적도 있다.
이 교수는 액체 괴물에 대한 유해 성분 논란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데 대해 “우리나라에서는 신고만 하고 제품을 만들어서 판매를 할 수 있게 돼 있다"라며 “이미 판매가 시작된 이후에 조사를 해서 문제가 생기면 리콜 조치를 하게 되는데, 이미 만든 제품에 대한 처리가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리콜 조치 명령 이후에도 만든 제품을 계속해서 파는 곳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액체 괴물을 안전하게 갖고 놀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적게, 짧게 30분 정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라며 “국가적으로는 위험한 물질들을 얼마나 썼는지에 대해서 파악하고 관리를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변주영 동아닷컴 기자 realist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