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직 처분 됐다 승소 후 복직 하루만에 사표 제출 “더 이상 검찰에서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지 않다”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 2017.11.14/뉴스1 © News1
‘돈봉투 만찬’ 파동으로 면직 처분됐다 원고 승소 후 복귀한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61·사법연수원 18기)이 4일 사의를 표명했다.
이 전 지검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절차가 다 마무리돼 복직하게 됐으나 더 이상 제가 검찰에서 해야 할 일이 남아있지 않아 사직하고자 한다”며 “그동안 도와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저와 같은 사례가 다시는 없길 바란다”고 사표 제출 사실을 밝혔다.
서울 출신의 이 전 지검장은 경복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경희대 대학원 사법행정학과를 마쳤다. 1986년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수료하면서 1989년 부산지검 검사로 법복을 입었다.
그는 수원지검 평택지청장, 인천지검 2차장검사, 서울남부지검 차장검사, 인천지검 부천지청장 등을 역임하고 서울고검 송무부장, 대전고검 차장검사에 이어 전주지검장, 서울남부지검장, 대구지검장을 맡은 후 지난 2015년 서울중앙지검장이 됐다.
이듬해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검찰 특별수사본부장을 맡게 된 이 전 지검장은 그해 4월 수사 종료 후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52·20기)을 포함해 특수본 소속 검사 7명 및 법무부 검찰국 검사 3명과 함께 서초동의 한 식당에서 가진 만찬자리에서 격려금 명목으로 돈봉투를 건넨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이 전 지검장은 당시 법무부 검찰과장과 형사기획과장에게 격려금 명목으로 각각 100만원씩을, 안 전 국장은 후배검사들에게 70만~100만원씩을 건넨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특별감찰을 지시한 지 하루 만에 각각 사의를 표명했지만 감찰 중이라는 이유로 인사 조처됐다. 이후 법무부는 합동감찰반의 권고에 따라 ‘법령위반’과 ‘검사로서의 품위 손상’을 이유로 두 사람에게 면직 처분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윤경아)는 지난달 6일 이 전 지검장에 대해 “격려 목적으로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며 “징계를 통해 발생하는 공익을 고려해도 지나치게 과중해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면직 처분은 위법하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무부는 이 전 지검장에 대한 항소를 포기했다.
안 전 국장 또한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유진현)로부터 지난 13일 “기존의 징계 사례에 비춰 보면 안 전 국장에 대한 면직 처분은 일반적으로 적용한 기준과 어긋난다”고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았으나 법무부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기로 했다.
상명하복 조직문화가 강한 검찰에는 동기나 후배 기수가 승진하면 자진해서 법복을 벗는 관행이 있다. 이에 문무일 검찰총장과 연수원 동기이기도 한 이 전 지검장이 최소한의 불명예를 벗은 가운데, 승소해도 큰 실익이 없는 법무부가 항소를 포기해 명분을 열어준 후 자진 용퇴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