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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災’로 판명난 강릉 펜션 사고…“제대로 점검만 했어도”

입력 | 2019-01-04 18:07:00

보일러 연통 어긋난 시점 미궁으로 남아




강릉 펜션 사고 보일러의 어긋난 연통. © News1DB

우정여행을 온 서울 대성고 학생 10명 중 3명을 숨지게 하고 7명에게 중상을 입힌 강릉 펜션 사고의 원인은 경찰 수사 결과 인재로 드러났다.

그러나 유독가스를 배출한 보일러의 연통이 언제부터 어긋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점을 남겼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강원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4일 유독가스를 배출한 보일러의 연통이 어긋난 원인을 보일러 시공자의 부실한 마감처리, 한국가스안전공사와 LPG 공급업체의 안일한 관리감독이 종합된 결과물로 판명했다.

수사본부는 사고 발생 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보일러 감식과 관련자 소환 조사 등을 토대로 보일러 연통이 어긋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수사본부에 따르면 2014년 펜션 준공 후 보일러 설치 당시 시공자가 배기관과 배기구 사이 높이를 맞추기 위해 배기관의 하단을 10㎝가량 절단하며 배기관의 체결홈이 잘려나갔다.

이후 이를 배기구에 집어넣는 과정에서 절단된 면이 보일러 배기구 안에 설치된 고무재질의 오(O)링을 손상시켰다.

또 배기구와 배기관 이음 부분에 법으로 규정된 내열실리콘 마감처리를 하지 않아 전반적으로 배기관의 체결력이 약화된 상태에서 보일러 가동 시 발생된 진동에 의해 연통이 점진적으로 이탈돼 분리됐다는 것이다.

수사본부는 다만 연통의 이탈 시점에 대해서는 단정하지 못했다.

김진복 강릉경찰서장이 ‘부실시공으로 어긋난 보일러 연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News1

지난 4년간 정상적으로 가동됐던 보일러가 하필이면 학생들이 묵었던 그날 문제를 일으켰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앞서 펜션 주인은 경찰 조사에서 “마지막 투숙객이 묵었던 열흘 전까지만 해도 보일러에 이상이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당시 투숙객들 역시 “보일러에 아무 이상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마지막 투숙객이 퇴실하고 학생들이 들어오기 전까지 열흘간 누군가 보일러에 손을 댔을 가능성도 최초 제기됐었다.

그러나 김진복 강릉경찰서장은 “사고 후 국과수 등 감식요원이 살펴본 결과 연통에서 지문이나 기타 도구를 댄 흔적은 없었다”면서 “펜션 불법증축과 관련해서도 수사했지만 관련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주변 폐쇄회로(CC)TV 분석에서도 외부인이 출입한 흔적은 나오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제대로 된 점검만 있었어도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최초 보일러를 설치할 때에는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완성검사를 시행하지만 이후에는 LPG 공급업체에서 해마다 1차례씩 점검하도록 돼 있는데 해당 펜션 보일러의 마지막 점검은 지난해 6월18일 이뤄졌다.

그러나 수사본부는 해당 보일러가 시공표지가 붙어있지 않고 부실한 마무리가 보임에도 완성검사를 통과한 점과 사고가 터진 이후 문제점 등이 발견된 점 등에 미루어 이후 관리점검 역시 제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초 설치 당시 완성검사를 철저히 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LPG 공급업체 배달원들도 연소기 등에 대한 안전교육을 받는 만큼 한번만이라도 제대로 보일러를 살펴봤다면 참사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강릉=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