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원)의원으로서의 모든 책무를 충실히 이행할 것을 신 앞에 선서합니다….”
3일(현지시간) 정오. 미 의사당에서 일제히 취임선서를 끝낸 상하원 535명(상원 100석, 하원 435석)이 이끄는 116대 연방의회가 개원, 임기를 시작했다.
취임 첫날 오후, 대부분의 의원들은 대부분 자신의 사무실을 개방하고 각 지역구에서 올라온 지지자, 워싱턴 각계각층 인사들을 만나며 2년 임기를 구상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의원들의 대북 기조는 생각보다 훨씬 강경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강한 불만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신뢰는 서두를 수 없어…제재 해제 불가”
로버트 메넨데스 상원외교위 민주당 간사
민주당의 코리 부커 상원의원(뉴저지)은 한 발 더 나아가 “미 의회 내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고 밝히고 “북미간 실질적 합의가 없는 현 상태로는 상황 악화가 우려 된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보수성향 제니퍼 루빈의 3일자 기고문을 통해 “민주당의 엥겔 하원외교위원장 내정자(뉴욕)가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를 비판하며 대북 협상을 주도하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조만간 상임위에 소환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조사 방침을 밝히며 북미 협상에 예기치 않았던 ’의회 변수‘를 예고한 것이다.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한 공화당 의원들 역시 김정은 신년사와 북한의 대북 제재에 대한 강경 기류를 확인했다.
롭 우달 하원의원
5선의 롭 우달 하원의원(조지아)은 “대북 제재는 유지 되어야 한다”며 “미국이 유일하게 북한을 아프게도, 도울 수도 있는 것이 ’경제적 도구(economic tool)‘이며 미국의 유일한 대북 지렛대가 제재”라고 강조했다.
의원들 중에는 한미군사 동맹을 ’비용‘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국계로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하원의원에 당선된 앤디 김 의원(36·민주·뉴저지)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방위분담금 압박을 이어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한미 군사동맹은 형언키 어려울 만큼 중대한 자산”이라며 “미국은 동맹이 있기에 더욱 강해질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군사위 소속을 지망한 그는 “안보와 외교는 재임 기간동안 나의 최우선순위에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인 지지자들은 미국에 거주하는 베트남 참전 한국계 상이군인에 대한 처우 개선 문제도 현장에서 제기, 보안책을 검토하겠다는 응답을 얻어내기도 했다.
한인들의 정치적 권익 신장을 위해 만들어진 ’한인유권자연대(KAGC)‘소속 한국계 대학생 60여명과 만난 우달 하원의원(공화당)은 “세계1,2차 대전에서 미군과 함께 싸운 유럽계 미국인 상이군인과 달리 한국계 미국인 베트남 참전용사는 같은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는 지적에 ”즉각 실태 조사에 나서겠다“고 답변했다.
●포옹과 격려로 넘쳐난 뜨거운 환송
밥 코커 전 상원외교위원장
그가 덕슨 상원 의원 회관 4층 복도에 들어서는 순간 지지자들과 의회 관계자들이 그를 에워쌌고 포옹과 악수를 나누느라 그는 더 이상 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국가를 위해 일해 온 당신의 헌신에 감사한다(Thank you for your service to the country)…“. 후렴구처럼 이어지는 감사 인사에 은발의 노정객은 환한 웃음으로 답했다.
한 민주당 지지자는 ”치열한 지난 중간 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에 대해 칭송을 아끼지 않고 정파를 떠나 정책을 먼저 생각한 인물“이라고 그를 평가했다.
정파 간 분열로 치열한 미 의회도 이날 만큼은 ’화합의 장‘이란 말이 무색치 않았다.
워싱턴=김정안특파원 j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