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증진개발원, 2018년 보고서
이런 결과는 최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발간한 ‘제4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 2018년 동향보고서’에서 확인됐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2016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등을 취합해 소득과 지역에 따른 ‘건강 격차’를 분석했다. 소득 수준은 월평균 가구소득을 나이와 성별에 따라 △상 △중상 △중하 △하 4개 구간으로 구분했다.
그 결과 소득 격차가 가장 큰 지표는 여성 비만율이었다.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이면 비만이다. 소득 ‘상’인 여성은 5명 중 1명꼴(20.5%)로 비만이었다. 반면 소득 ‘하’인 여성의 비만율은 31.6%로 소득 ‘상’인 여성에 비해 11.1%포인트나 높았다.
또 많이 먹고 덜 움직이면 당연히 살이 찔 수밖에 없는데, 고소득 남성은 오래 앉아 있는 사무직이나 전문직인 경우가 많아 저소득 남성보다 살이 찌기 쉽다. 강 교수는 “비만은 어릴 적 생활습관과도 연관이 있다”며 “부모의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을수록 여자아이들이 더 날씬한 경향이 나타나는데, 이는 부모들이 어릴 때부터 여자아이들은 뚱뚱해지지 않도록 식습관을 들이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득에 따른 음주 행태도 여성과 남성이 정반대였다. 고소득 여성의 고위험 음주율은 5.7%로 저소득 여성(7.3%)보다 낮았다. 반면 남성은 고소득의 고위험 음주율이 23.8%로 저소득층(20.1%)보다 높았다. 술 종류와 상관없이 하루 7잔(여성 5잔) 이상 마시는 술자리가 주 2회 이상이면 고위험 음주다.
전문가들은 한국 남성의 고위험 음주율이 소득과 무관하게 20% 안팎으로 매우 높은 점을 건강 적신호로 꼽았다. 강 교수는 “한국 남성은 해외와 비교해 폭음 비율이 너무 높다”며 “일주일간 같은 양을 마시더라도 매일 조금 마시는 것보다 하루에 폭음하는 게 심장질환 등에 더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소득이 높으면 만성질환에 걸리는 비율은 낮아졌다.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건강관리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고소득층의 고혈압과 당뇨병 유병률은 각각 29.7%, 9.7%로, 저소득층(31.6%, 13.7%)보다 낮았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