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광장 재구조화 끝난뒤 검토… 文대통령 임기내 이전 불가능 유홍준 “풍수상 불길해 옮겨야”
청와대가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 공약 중 하나였던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을 사실상 백지화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1호 공약으로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꼽은 바 있다.
광화문대통령시대위원회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4일 “청와대 개방과 대통령 집무실의 광화문 이전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이 마무리된 이후에 장기적인 사업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문화재청이 추진 중인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2021년 준공 예정인 점을 감안하면 문 대통령 임기 내 집무실 이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보류 이유에 대해 유 전 청장은 “집무실을 현 단계에서 광화문 청사로 이전할 경우 청와대 영빈관, 본관, 헬기장 등 집무실 이외 주요 기능 대체 부지를 광화문 인근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대통령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보니 이에 따르는 경호와 의전이라는 게 엄청나게 복잡하고 어렵다는 사실을 (문 대통령이) 인지했다”고 말했다. 유 전 청장은 “제가 맡고 있는 광화문시대위원회는 별도 구성하지 않고 이와 같은 사업을 실무 부서에서 추진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유 전 청장은 “관저가 갖고 있는 사용상의 불편한 점, 풍수상의 불길한 점을 생각할 때 (장기적으로)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유 전 청장은 ‘풍수상의 불길함’을 언급해 관심을 끌었다. ‘청와대 터 흉지(凶地) 논란’은 1990년대 최창조 전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의 주장으로 널리 퍼졌다. 특히 역대 대통령들이 불운을 맞거나 측근 비리가 터질 때마다 ‘청와대 터가 문제’라는 논란이 증폭됐다.
풍수지리학자들에 따르면 청와대 터는 산의 정기(정맥)가 아니라 편맥(곁가지 맥)이 내려오는 자리라는 해석이 많다. 또 현 청와대 터는 무학대사가 조선시대 궁궐터를 잡은 경복궁과 달리 바위가 크고 많은 북악산의 살기(殺氣)를 더 많이 받는 자리라는 해석도 있다. 이 때문에 조선시대에 한 많은 후궁들의 거처와 임시 무덤 등이 현 청와대 터에 자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캠프에 참여했던 건축가 승효상 씨는 청와대 내부 강연에서 “청와대 관저는 풍수지리학적으로 문제가 있어 옮겨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유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