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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고미석]기해년, 모두의 건강을 부탁해

입력 | 2019-01-05 03:00:00


1990년대 이후 등장한 오소렉시아(orthorexia)는 건강식품 탐욕증, 건강유해식품 기피증을 뜻한다. 질병에 대한 두려움으로 유기농 음식만 챙겨 먹는 등 건강식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강박장애의 일종이다. 이런 말이 유행하는 배경에는 건강이란 단순히 타고나는 것을 넘어 식습관과 운동 등 돈과 노력의 투자가 요구되는 항목이란 사고방식도 자리 잡은 듯하다.

▷한국인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은 유별난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건강통계 2018’에서 한국인 중 자신의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32.5%에 불과했다. OECD 평균은 67.5%. 건강 염려증까지는 아닐지라도 이렇듯 스스로의 건강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다 보니 사소한 몸의 이상을 그냥 못 넘긴다. 그러니 병원도 자주 찾게 된다. 한국인의 1인당 외래 진료 횟수는 연간 17회로 OECD 1위를 차지했다.

▷건강관리는 한국인의 새해 목표에도 어김없이 들어간다. 세밑 한 온라인쇼핑몰의 설문조사에서도 새해 결심 1순위는 ‘건강을 위한 운동’(34%)이었다. 한데 건강 문제에 민감한 한국 사회에서 갈수록 소득 수준과 거주 지역에 따라 ‘건강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발간한 2018년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비만 당뇨병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 발병률은 고소득층보다 저소득 계층에서, 도시보다 시골에서 높게 나타났다. 특히 성인 여자 비만율의 경우 ‘소득상층’ 20.5%, ‘소득하층’ 31.6%로 격차가 크게 벌어져 심각한 상황이다. 2011년 12.3%포인트로 벌어진 뒤 거의 해마다 10%포인트를 넘는 수준이다.

▷가난한 이들에게 헬스장은 그림의 떡이며, 제때 병원을 찾는 일도 쉽지 않다. 건강마저 양극화의 늪에서 허우적대지 않도록 건강지표가 열악한 계층과 지역을 대상으로 집중적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공중보건학자인 마이클 마멋의 ‘건강 격차’에 따르면 국민 건강은 사회적 여건과 평등에 좌우된다. 인간의 존엄과 직결되는 건강 불평등을 줄여나가기 위한 효과적인 대책과 자원 배분이 필요한 까닭이다. 모두가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것, 그 어떤 사회정의보다 시급한 화두이지 싶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