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
필자는 돼지가 돈을 가져와서 좋기보다는 예보에 도움을 줘서 귀엽고 예쁘다. “돼지가 기둥에다 몸을 비비는 걸 보니 비가 올 모양이네.” 어릴 적 할머니의 이와 같은 말이 있고 난 다음에는 거의 어김없이 비가 내렸다. 충청도 지방에 전해 오는 돼지가 기둥에 몸을 비비면 비가 온다는 속담이 바로 이것이다. 동물학자들은 이런 속담이 생긴 것은 날씨 때문이라고 한다. 비가 오기 전 기압이 떨어지면 돼지는 이에 적응하기 위해 몸에서 흡수한 기체를 방출하려고 한다. 하지만 몸에 흡수된 기체는 유체(流體)이기 때문에 분자 단위로는 잘 방출되지 않는다. 그 대신 흡수된 기체의 분자들은 몸속의 유체 속에서 작은 거품으로 응집된다고 한다. 거품들은 신경세포의 연결부에서 신경 펄스의 전달을 방해해 돼지들을 불안, 초조하게 만들고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을 하게 한다는 것이다.
돼지의 또 다른 비 예보 버전도 있다. “돼지가 짚을 나르는 걸 보니 비가 오려나 보구나.” 축사를 내다보니 돼지가 연신 꿀꿀거리며 짚을 물어 나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밤에는 어김없이 비가 내렸다. 비가 오기 전 무슨 이유로 돼지가 짚을 물어 나르는지는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할아버지는 돼지가 신통해서 비가 오는 것을 미리 알려준다고 했다.
2019년은 황금돼지해다. 기해(己亥)년의 기(己)는 노란색에 해당한다. 그렇기에 돼지해 중에 유일하게 황금돼지해가 되는 것이다. 황금돼지해는 돼지해 중에서도 재물이 넘치고 태어난 아이가 큰 복을 받는다는 속설이 있다. 전해지는 말처럼 황금돼지해에 우리나라 경기가 좋아졌으면 좋겠다. 물론 출산율마저 높아지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