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64명 대 4명.’
두 나라가 1년 동안 외래치료를 강제한 중증 정신질환자 수다. 외래치료 명령은 정신질환자가 퇴원한 후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아 증상이 나빠지는 걸 막기 위해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을 의무를 부여하는 제도다. 언뜻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무려 2364명(2013년 기준)에게 이 제도를 강제한 국가는 ‘인권 선진국’ 노르웨이다. 반면 한국은 2017년 한 해 동안 단 4명에게만 외래치료 명령을 내렸다.
지난해 12월 31일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박모 씨(30)는 2015년 조울증으로 입원했다가 퇴원한 뒤 제대로 된 외래치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외래치료 명령은 정신질환자가 박 씨처럼 강력범죄를 저지를 정도로 병이 깊어지지 않도록 사전에 돕는 중요한 제도이지만 국내에선 사실상 사문화됐다.
반면 노르웨이는 외래치료 명령 제도를 유럽에서도 가장 이른 1961년에 도입했다. 스스로 병원을 찾을 의지나 능력이 부족한 정신질환자에게 어느 정도 강제력을 동원해서라도 꾸준히 치료받도록 하는 것이 바로 ‘인권 보호’라고 본 것이다. 노르웨이는 1999년과 2006년 관련법을 개정해 외래치료 명령을 퇴원 시점뿐 아니라 상시적으로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일부 주(州)를 제외한 미국과 캐나다, 호주에서도 환자의 자·타해 행동 전력과 무관하게 환자에게 외래치료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외래치료 명령 요건을 완화하는 한편 의료진을 위한 보호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에선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주요 병원에 배치돼 있다. 경비 전문자격(CPP)을 취득한 사설 경비원은 총기까지 소지할 수 있다. 한국에선 주로 사설 경비업체의 보안요원이 병원 로비나 응급실 입구를 지키고 있지만 업무 중 형사 면책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 행패를 부리는 환자나 보호자를 진압하다가 거꾸로 ‘쌍방폭행’으로 입건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적극적인 개입이 힘든 실정이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