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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진짜 금메달로 ‘아시안컵 저주’ 풀자”

입력 | 2019-01-05 03:00:00

1960년 우승 뒤 ‘가짜 메달’ 소동… 2014년 고증 거쳐 새로 만들어
축구협, 유족 4명에게 추가 전달




1960년 아시안컵 우승을 이끌었던 당시 국가대표 선수 유족들이 4일 축구회관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고 김홍복 선생의 아들 김원식 씨, 고 최정민 선생의 딸 최혜정 씨,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 고 손명섭 선생의 딸 손신정 씨, 고 조윤옥 선생의 아들 조준헌 씨. 대한축구협회 제공

“국가대표 경기가 열리면 항상 저를 경기장에 데려가셨을 정도로 축구에 대한 애정이 식지 않았던 분인데도 유독 당시 아시안컵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으셨어요.”

1960년 제2회 아시안컵 우승 주역인 고 최정민 선생의 딸 최혜정 씨(57)는 4일 서울 축구회관에서 열린 ‘진짜 금메달’ 전달 행사에서 메달을 건네받은 뒤 “메달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니 아버지께서 당시 얼마나 속상하셨을지 알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날 최 씨와 고 김홍복 선생의 딸 김화순 대한민국농구협회 경기력향상위원, 고 조윤옥 선생의 아들 조준헌 축구협회 인사총무팀장, 고 손명섭 선생의 딸 손신정 씨 등 4명에게 59년 만에 순금으로 만든 대회 우승 메달을 전달했다.

1956년 홍콩에서 열린 초대 아시안컵을 제패한 한국 축구대표팀은 4년 뒤 한국 대회에서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하지만 우승 후 받은 금메달을 깨물자 도금이 벗겨지면서 ‘가짜 금메달’임이 탄로 났다. 벽에 메달을 긁어본 후 벗겨진 도금을 보고 분노한 선수도 있었다고 축구 원로 박경화 선생은 ‘한국 축구 100년 비사’에서 회고했다.

대한축구협회가 새롭게 제작한 1960년 아시안컵 우승 금메달(왼쪽 사진)과 당시 우승을 차지한 축구 대표팀. 동아일보DB

이후 한국은 아시안컵에서 한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가짜 금메달 해프닝은 ‘저주론’으로 번졌다. 한국이 계속 우승하지 못하자 “진짜 금메달을 유족들에게 전달하고 저주를 풀자”는 여론이 확산됐다. 일부 참가선수들도 새 금메달 제작을 요청했다. 이에 대한축구협회가 2014년 고증을 거쳐 새 금메달 23개를 제작했다. 축구 수집가 이재형 베스트일레븐 이사가 보관하고 있던 당시의 메달 사진을 바탕으로 원형에 가깝게 복원할 수 있었다. 2014년 선수와 유족 등 6명에게 이 메달을 전달했으나 ‘저주’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한국은 2015년 1월 호주 아시안컵 결승에서 연장전 끝에 호주에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번에 4명에게 추가로 메달을 전달했으니 이제 남은 메달은 13개.

축구협회 측은 “이미 작고하신 분이 많은 데다 생존해있는 당시 선수들도 행방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유족이나 당사자를 찾는 대로 계속 메달을 전해드리겠다”고 설명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