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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대통령’은 어려워졌지만…‘소통강화’ 의지는 계속

입력 | 2019-01-05 13:39:00

靑 관계자 “임기 내 관저 옮기는 방안 실행할 수도”



뉴스1DB


“준비를 마치는대로 지금의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가진 제19대 대통령 취임선서 행사에서 취임사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청사로 이전해 국민과 더 가깝게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다짐이었다.

하지만 이로부터 약 20개월만인 지난 4일 ‘광화문 대통령 시대’는 사실상 백지화됐다. 유홍준 광화문 대통령 시대위원회 자문위원은 “집무실을 현 단계에서 광화문 청사로 이전하면 청와대 영빈관·본관·헬기장 등 집무실 외 주요기능 대체 부지를 광화문 인근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이날 발표했다.

다만 청와대는 ‘소통과 개방’이라는 공약의 취지만큼은 살리겠다는 의지다. 방법은 집무실 대신 ‘관저’를 확실히 옮기는 것이다.

유 위원은 “대통령께서 광화문 대통령을 하겠다고 하신 뜻은 ‘국민과의 소통’과 ‘청와대 개방’ 두 가지가 기본 기조였다”며 ‘경복궁-청와대-북악산’을 연결시키는 개념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북악산은 1968년 1·21사태(김신조 사건) 후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됐다가 2006년 4월 일부 구간이 일반에게 공개된 상태다.

유 위원은 이어 “이렇게(경복궁-청와대-북악산)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현재 관저 앞을 통과해야 하는 문제가 따르는데 이 문제를 관저 이전까지를 포함해 중·장기적으로 추진하는 동선을 경호처와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유 위원은 ‘관저를 옮기는 시점’에 대해 “현 대통령만 살다가는 집이 아니다. 지금 옮기지는 않더라도 ‘이렇게 하는 게 최선’이라는 것까진 결과를 제시하려 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지만 청와대는 문 대통령 관련한 안(案)이 나오면 임기 내 확실히 관저를 옮기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5일 뉴스1과 통화에서 “(임기 내 관저를 옮기는 안을 실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날(4일) 유 위원과 함께 문 대통령에게 집무실 이전 무산을 보고했던 건축가 승효상 이로재 대표도 앞서 ‘집무실 이전이 어렵다면 관저라도 먼저 옮겼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그는 2017년 10월 청와대에서 가진 ‘상춘포럼’ 강연에서 “개인적인 생각으로 경호·보안 문제라면 관저라도 먼저 이전시켰으면 좋겠다”며 광화문 광장부터 청와대 뒤편의 북악산까지를 시민들이 도보로 이동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위원과 승 대표는 풍수지리를 들어 관저의 이전을 주장하고도 있다. 승 대표는 당시 상춘포럼에서 자신이 풍수지리를 신봉하는 것은 아니지만, 역대 대통령들의 후일이 좋지 못한 이유를 사회적으로 ‘청와대가 풍수지리상 그리 좋은 위치에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지 않냐는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위원도 전날 “누가 봐도 현재 관저가 갖고 있는 사용상의 불편한 점, 그리고 풍수상 불길한 점을 생각하면 옮겨야 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무엇보다 문 대통령의 소통 의지가 강하다는 점도 관저 이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앞서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당시 토론회에서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대한민국의 무엇이 바뀔 것인가’라는 물음에 “퇴근 때 남대문 시장에 들러 시민들과 소주 한잔하면서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시국도 논하면서 소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지난해 7월 광화문 인근의 한 호프집을 직접 찾아 시민들과 ‘퇴근길 국민과의 대화’를 나누며 이를 지켰다. 관저 이전 역시 이같은 맥락에서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집무실이 보안 등의 이유로 광화문으로 이전하지 못하는 가운데 관저의 이동 역시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야권을 중심으로는 지킬 수 없는 공(空)약을 한 데에 문 대통령의 직접 사과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