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개봉한 송강호의 ‘마약왕’, 강형철 감독의 ‘스윙키즈’, 하정우의 ‘PMC: 더 벙커’(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가 부진한 성적에 그치고 있다. 사진제공|쇼박스·NEW·CJ엔터테인먼트
■ ‘마약왕’ ‘스윙키즈’ ‘PMC: 더 벙커’ 동반 흥행 부진
3편 모두 누적관객 200만명 미만
100억대 대작들 손익분기점 걱정
연말 성수기 흥행 불패 기록 깨져
한국영화 과다·출혈경쟁 우려도
지난해 연말 개봉한 한국영화 3편 모두 체면이 서지 않는 성적표를 받아들 위기다. 손익분기점 돌파가 요원한 가운데 스타배우와 감독의 도전이 관객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흥행을 좌우하는 키 맨을 지칭하는 ‘티켓파워’라는 단어가 무색한 결과이자, 극장 성수기를 노린 한국영화 대작은 대부분 기본 이상의 흥행 성과를 내온 불패 기록마저 깨졌다.
더욱이 송강호와 하정우 그리고 강형철 감독까지 더해 그동안 대중으로부터 굳건한 신뢰를 얻은 이들의 도전이 관객과 통하지 않았다는 사실 역시 고민을 남기는 대목이다. 내놓는 영화마다 성공으로 이끈 이들은 그간 인정받은 저마다의 매력과 장기를 덜어내고, 새로운 캐릭터와 이야기 그리고 메시지를 시도했지만 관객과 소통에는 실패했다. 기획 방향과 관객 정서를 점검해야 할 상황이다.
동반 부진 탓에 ‘흥행 텃밭’으로 통한 12월의 한국영화 관객수도 2011년 이후 7년 만에 외화에 밀렸다. 지난해 1012만 6130명(영화진흥위원회)을 기록, 2017년 같은 달(1866만6435명)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급감하기까지 했다.
여름과 더불어 극장가 연중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연말에 출격한 한국영화들이 이처럼 처참한 기록에 머물기는 이례적이다. 지난해 추석 연휴에 제작비 100억원대 한국영화 4편에 동시기 개봉해 ‘안시성’만 가까스로 손익분기점을 넘기면서 제기된 과다·출혈 경쟁 논란이 연말연초에 고스란히 재현됐다. 수요증가는 없는 상태에서 공급 과잉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문제는 앞으로 이런 상황이 재발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데 있다. 최근 가파르게 오르는 한국영화 제작비, 공격적인 라인업을 구축하고 영화계에 뛰어든 신생 투자배급사의 등장, 이에 따라 가속화될 대작의 증가 및 상영·흥행 경쟁을 고려하면 올해 영화계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