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가상의 A 씨 사례는 미국에선 이미 현실이 됐다. 지난해 12월 미국 유통업체 크로거는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프라이스 푸드’ 점포에서 무인 자율주행 배달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행한다고 밝혔다. 자동차는 평일, 주말을 가리지 않아 일주일 내내 당일배송 및 익일배송이 가능하다는 게 크로거 측의 설명이다.
온라인 쇼핑과 자율주행 기술이 만난 ‘자율주행 배달 서비스’ 시장이 열리고 있다. 음식부터 꽃, 세탁물 배달 전용 차량이 세계 곳곳에서 개발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은 앞서 자율주행 배달 서비스 시장이 급속히 확대될 것으로 보고 배송 플랫폼 시장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왔다. 3일(현지 시간) 제너럴모터스(GM)의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는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 ‘도어대시’와 손잡고 3월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 일대에서 자율주행 자동차를 이용한 음식배달 서비스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포드는 도미노피자와 피자배달 자율주행 서비스 파트너십을 맺은 데 이어 마이애미주에서는 꽃, 음식, 세탁물 배달 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축 중이다. 포드는 패스트푸드, 식료품 등을 배달하는 자율주행 자동차 서비스 시장 규모가 2026년에는 1300억 달러(약 146조 원) 규모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동차업계는 자율주행 배송 시장 전망이 밝은 이유로 크게 세 가지를 든다. 우선 정보기술(IT) 발달로 자체 배달망이 없던 업체들까지 한국의 ‘배달의 민족’, 미국 도어대시처럼 배달 플랫폼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 둘째는 인건비 등 비용 절감 효과다. 미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안전성이 확보되고, 자율주행에 들어가는 각종 센서와 레이더 장비 값이 낮아지면 배송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 번째는 배송 거리 및 목적에 따라 다양한 차량 개발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도요타가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피자헛과 손잡고 첫선을 보인 ‘툰드라 파이 트럭’이 대표적이다. 수소전기차인 이 트럭에는 로봇과 오븐, 냉장고가 장착돼 있어 6, 7분에 피자 1개씩을 만들면서 이동할 수 있다.
다만 한국에서는 자율주행 배송 서비스가 쉽게 대중화될지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파트 현관문 앞 공짜 배송’에 길들여진 소비자가 무인 자동차 배달을 반기지 않을 수 있다. 또 아직 한국은 일반 도로 자율주행 허가 과정이 까다롭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 규제 완화 및 윤리적 문제가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 완성차 및 통신사 등 대기업들이 섣불리 사업화 아이디어를 내기에 조심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염희진 기자